공중 뜬 연이 줄 당겨 전기 생산
타워 없어 비용·입지 문제 해소
연간 발전량 기존 대비 6배 많아
전기연·한전 2018년부터 연구

마산해양신도시 하늘 위로 커다란 연(kite)이 떠올랐다. 연의 원리를 이용해 하늘에서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공중 풍력발전소' 시험 구동을 위해서다.

창원시가 '하늘을 나는 발전소'로 불리는 공중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중 풍력발전은 구글 자회사인 마카니(Makani)사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국외에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돼왔지만, 국내에서는 연구가 미흡했다. 창원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전력공사가 2018년 공중 풍력발전 연구를 시작했는데, 최근 창원시가 마산해양신도시를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창원시는 한국전력-전기연구원이 마산해양신도시를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기연구원
▲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창원시는 한국전력-전기연구원이 마산해양신도시를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기연구원

◇공중 풍력발전이란 = 공중 풍력발전은 높은 고도에 연이나 기구 등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라 '하늘을 나는 발전소'로 불린다. 하늘로 올라간 발전소는 공간 문제로 발전소를 세우지 못하는 곳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중 풍력 발전소는 '공중 발전(fly-gen)'과 '지상발전(ground-gen)'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지상발전'은 프로펠러가 없는 글라이더나 연이 공중에서 연줄을 당기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공중에 프로펠러와 발전기를 장착한 항공기나 드론을 띄워 전기를 만들어 지상으로 보내는 방식은 '공중 발전'이다.

◇기존 풍력터빈 대비 발전량 6배 = 육상풍력발전은 경제성 면에서 화석에너지를 능가하지만 활용 터의 한계,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고도의 바람 에너지를 활용한 공중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 문제를 해결할 신개념 기술이다.

이론적으로 타워형 풍력터빈이 지구에서 바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총에너지는 400TW(테라와트)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바람 자원의 한계, 해상풍력의 수심 등 각종 지형적·경제적·자연환경적 문제가 있다. 전 세계에 설치한 타워형 풍력터빈의 누적 설치용량은 총잠재력(400TW)의 0.2%에도 못 미치는 743GW에 불과하다.

전기연구원은 공중 풍력발전을 이용하면 타워형의 4.5배 1800TW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약 20TW)의 90배에 이르는 양이다. 공중 풍력발전은 친환경적인데다 경제성도 매우 뛰어나다. 같은 면적에서 연간 발전량은 타워형 풍력터빈보다 6배가량 많고, 하중의 지지를 위한 기초와 타워가 거의 필요치 않아 설치 비용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 훼손, 소음, 진동 등 발전소 설치에 따른 주민 반발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창원시는 한국전력-전기연구원이 마산해양신도시를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기연구원
▲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창원시는 한국전력-전기연구원이 마산해양신도시를 시험장(테스트베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기연구원

◇창원시-전기연-한전 '국산화' 도전 = 창원시와 전기연구원, 한전은 지난 4일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성과보고회를 열고,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했다.

한전은 예산을 대고, 전기연구원은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창원시는 마산해양신도시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8년부터 한전과 전기연은 개방형 연구개발(R&D)로 공중 풍력발전 국산화를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바람 조건이 좋은 곳이 필요했는데, 창원시가 마산만을 메워 만든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전기연구원은 국내 기술로 설계부터 제작, 운용까지 독자적으로 제작한 시스템을 마산해양신도시에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전기연구원 김종욱 시험부원장, 허성무 창원시장, 김숙철 한국전력 기술혁신본부장이 4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있다. /전기연구원
▲ 전기연구원 김종욱 시험부원장, 허성무 창원시장, 김숙철 한국전력 기술혁신본부장이 4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협약을 맺고 있다. /전기연구원

연구책임자인 이주훈 전기연구원 에너지시스템 제어기술팀장은 "공중 풍력발전은 활용 목적과 장소에 따라 이동식부터 대규모 발전까지 다양한 용량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응용성이 매우 크다"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자동 운전기술을 실현하고, 창원지역 300여 개 관련 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실증단지의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숙철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공중풍력발전에도 최선을 다할테니 많이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번 협약은 창원시와 전기연구원, 한전이 공중 풍력발전이라는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고,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의 기반을 마련하는 상징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공중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시험의 성공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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