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이유로 사저 찬성·반대 '복잡'
좋은 이웃은 상대에게만 요구할 게 아냐

단지 혈연관계가 있다고 가족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곁에 있다고 반드시 '좋은 이웃'이 되라는 법은 없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가족보다 더 가까운 좋은 이웃은 우리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이웃은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지만 때론 알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할 터전으로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선택했다. 그런데 대통령 이웃이 될 하북면 주민이 서로 다른 의미로 찬성과 반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 이웃이 된다는 것을 무턱대고 반겨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굳이 주민대책위까지 꾸려 반대 펼침막을 내걸 정도로 절박한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세상 일을 단순히 찬성과 반대,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눌 수는 없다. 겉으로는 찬반 양측으로 나눠 팽팽히 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찬성하는 이유도, 반대하는 이유도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 사저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도 정말 평온한 시골마을 일상에 변화를 불러오는 일이 못마땅한 사람부터 사저 건립이 공공 또는 개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제때 채워주지 못한 청와대와 양산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까지 천차만별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찬성 주민 역시 틀에 박힌 시골마을 일상에 가져올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부터 나아가 지역 또는 개인 발전에 긍정적인 계기를 만들 것이라 믿는 사람까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기는 큰 차이가 없다.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부류를 제외하곤 말이다.

아무튼, 하북면에서 시작한 논란은 최근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끈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은 사라지고 찬반 대결만 남은 채 행여 대통령 이웃이 될 주민 손을 떠나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달을 보라고 가리킨 손가락만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저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농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야권이 제기하면서 정쟁 대상이 됐다. 여기에 서로 다른 주민 생각이 겹쳐지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치세력이 개입하기 좋은 상황에 놓였다. 실제 본질을 떠난 펼침막 대결은 주민 여론에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는 외부 세력이 숟가락을 얹으려는 정황마저 보인다.

반대든 찬성이든 내 삶에 도움을 줄 이웃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주민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좋은 이웃은 상대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이웃을 배려할 때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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