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슬림 20만여 명도 금식하는 기간
주위 종교인의 권리·자유 이해하는 시간

이슬람 하면 흔히 중동을 떠올리지만 무슬림 인구는 아시아에 가장 많다. 워낙 아시아에 사람이 많이 살기 때문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이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2억 명 이상이 무슬림이며, 남아시아 3개국에도 각각 1억 5000만 명 이상의 무슬림이 산다. 한국에 와서 사는 사람이 많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 7개국 출신의 체류자 숫자에 각국의 무슬림 인구 비율을 곱해 보면 14만 명 이상이고, 여기에 그 외 나라에서 온 무슬림과 한국인 무슬림의 숫자를 더하면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20만 명 이상일 것이다.

지금은 무슬림에게 가장 신성한 달인 금식월, 라마단이다. 양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라마단의 시작 날짜는 매년 10일에서 12일 정도 늦어지고, 33년이 흐른 후에야 다시 비슷한 양력 날짜에 시작하게 된다. 올해 한국의 라마단은 기독교의 부활절보다 아흐레 늦은 4월 13일에 시작되고, 부처님 오신 날 일주일 전인 5월 12일에 끝난다. 금식하는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물과 음료를 마실 수도 없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하루 중 금식하는 시간은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기준으로 호주 남쪽 해안과 남아메리카에서는 12시간, 적도 근처에서는 13시간 정도 금식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15시간 정도이고, 북유럽 무슬림들은 18시간 이상 금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금식을 하면 기력이 없을 테니 쉬어야 하지 않나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라마단은 바쁜 달이다. 이슬람 국가라고 하더라도 업무는 대부분 정상 진행되며 다만 오후의 업무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라마단이 아니더라도 독실한 무슬림은 새벽기도를 위해 오전 4시쯤이면 하루를 시작하는데, 라마단 기간에는 한두 시간 더 일찍 일어나 음식물과 물을 충분히 섭취한다. 물론 음식 조리나 배달 노동 종사자는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주요 회의 등의 일정은 오전에 주로 열린다. 해가 지면 이웃과 함께 기도하거나 동료, 지인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는 여러 행사와 사교의 자리가 마련된다. 라마단이 끝난 후에는 고향을 방문해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휴가가 시작된다. 작년부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합동 기도와 저녁 행사 자제 권고가 발동되고 있으며, 고향 방문 역시 힘들어졌다.

글을 쓰다 보니 1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보낸 라마단이 기억난다. 대도시였기에 패스트푸드점, 커피 체인점 등이 정상 영업하여 별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라마단에 대해 잘 모를 때 국제회의 참가자가 새벽에 뜨거운 물을 갖다 달라고 요구한 것에 뜨악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사실은 룸서비스도 없는 외진 호텔이었으니 새벽 식사를 배달해 드렸어야 마땅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의 주변에는 어떻게든 금식을 실천하고 있는 무슬림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무슬림도 있을 것이다. 학생으로서, 노동자로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 기도실을 설치하는 등의 정책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종교 생활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개인의 권리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왜 금식 같은 것을 하는지, 아니면 왜 무슬림인데 금식을 하지 않는지 따져 묻지 않고 기본적인 종교의 자유에 대해 이해하고 지켜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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