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기 하동군수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지켜봐 왔다. 내가 본 윤 군수는 하동을 떠나 있을 때도 고향 사랑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자기 욕심을 챙기려 든다거나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려고 어떤 일을 도모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논란이 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도 그의 고향 발전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지나쳤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청원에 "하동군 내외 50만 명" 명의를 함부로 갖다 쓴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화가 난다. 나는 하동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아마 그 '내외 50만 명'에 포함되지 싶은데 나는 하동 군정에 관한 한 참정권이 없다. 지금 하동군 내에는 8촌 이내 친·인·외척이 아무도 없다. 더구나 나는 그 청원에 동의는커녕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공여, 분식회계 등의 혐의(죄)로 재판 중일 때 일관되게 주장한 게 있다. 하나는 '나는 몰랐다. 아랫사람들이 그런 것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권의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였다. 아니,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데 이 부회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사면해달라는 것 아니었나. 어느 유능한 경영자가 내부에서 분식회계가 일어나고 뇌물을 갖다 바치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글로벌'을 주창하는 삼성이 글로벌 기준에서 말도 안 되는 분식과 뇌물을 거부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말 경영 능력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도대체 어떤 경영 능력이 있어 현행법을 어기고 수형 중인 사람을 풀어줘야 한다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이 그런데 왜 아무런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 없이 무슨 권한으로 나 같은 사람을 끌어다 쓰는가? 물론 내년 세계 차엑스포를 앞두고 삼성의 협조가 절실한 윤 군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번 건은 과했다. 하동군수 선거권이 있는 사람들의 대표라고 해서 출향인들까지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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