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광 뒤 숨은 사회의 검은 그림자
깨어있는 민중만이 그 어둠 밝힐 수 있어

요즘 저는 매우 우울합니다. 코로나19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총 맞은 듯 뻥 뚫린 구멍들을 보면서 그 구멍들이 매일 더 커지고 있어서 더욱 슬픕니다. 이런 저를 보고 "너무 비관적이고 부정적이다. 어찌 그리 믿음이 없는가? 지금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지 않은가?" 하실 분이 계실지 몰라도 제 눈에는 이러한 것들이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이라 더욱 마음이 아립니다.

지금 우리 가운데 한가한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숨 가쁘게 바쁘고 분주한데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곧 세계 1위로 진입하게 될 것이고, 모든 국민이 최대의 부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 제일이 되면 모두가 행복하기나 한 것입니까? 아직도 달리고 달리는 중이라 속단하기 어려워도 소유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 더 확실해지고 있다면 우선 속도를 줄이고 뒤도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저는 그동안 우리가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화려한 영광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함께 그 밑바닥에 뚫린 수많은 구멍을 보고 있습니다. 그 구멍은 거짓, 불의, 차별, 억압, 착취, 분노, 아우성, 눈물, 생태 파괴, 기후 위기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앞으로 이 거대한 탑 위에 돌이 하나 더 쌓일 때마다 기울기가 달라질 텐데 눈을 뜨고도 이것을 보지 못하고, 전후좌우 없이 올라가기만 하고, 가지려고만 하고, 누리려고만 한다면 이것이 희망입니까? 절망입니까?

그런데 이제까지는 속으면서도 믿으려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믿어라! 외쳐댔던 이들조차도 겉과 속이 다르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마는 그런데도 절망할 수 없는 것은 이들보다는 내가 조금이라도 낫다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을 나보다 더 아파하는 또 다른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8가지 복에 관한 말씀을 하실 때 '슬퍼하는 자가 복되다. 그들이 위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째서 슬픈 자가 복됩니까? 그것은 슬퍼하는 자라야 삶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뻥 뚫린 구멍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님께서도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 하셨고, 도를 세우는 자가 군자라고 하셨는데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군자가 누구입니까? 유력하고, 유명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 군자인 척해도 그들은 구멍을 만드는 자들이지 결코 구멍을 메울 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에게만 집중할 뿐 구멍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구멍을 메우려는 군자들은 이들과 맞서는 자들이고, 참, 정의, 평화, 자유, 해방, 생명, 사랑, 나눔, 섬김 때문에 아파하는 자들일 텐데 이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이들이 삶의 구석구석에서 빛이 날 때 코로나19와 함께 절망도 빛을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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