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두려워않는 혁신적 연구개발 도전
실천하는 자만이 '별의 순간'만끽 가능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쓴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많은 사람이 애송할 정도로 유명한 시로, 필자의 기억으론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접해본 듯하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로 시작하는 이 시는 가을 숲속을 거닐다 두 갈래 길을 마주했는데 고심 끝에 사람의 흔적이 적은 길을 택했고, 그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은유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어떤 길을 걸었다고 회상하는 것이 아닌 인생에서 선택의 중요성,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하는 시다.

필자에게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전혀 경험이 없어서 낯설고 두려운, 그래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의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어느 길을 택할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갈림길은 같은 목적지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전혀 다른 목적지와 결과를 초래한다.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은 '고위험(High Risk), 고수익(High Return)'처럼 성공 시 이익은 막대하지만, 위험 요소가 크고 많아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 삶의 방식은 대동소이해서 대부분은 사회적 통념에 따라 좀 더 안전한 길, 웬만큼 노력하면 어느 정도 사회적인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기회비용도 없지는 않겠지만 한번 선택한 길은 되돌리기 어려우니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해 걸어볼 일이다.

작금에 한국의 대표적인 e-커머스 '쿠팡'이 상식을 뛰어넘은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을 걸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11일, 코스피(KOSPI)를 우회하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전격적으로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집계된 쿠팡 시가총액은 886억 5000만 달러(약 100조 4000억 원)로 국내 빅3 유통업체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신세계·이마트를 포함해 코스피 유통업종 65개 종목의 시총(약 73조 원)을 단숨에 훌쩍 넘어 요즘 시쳇말로 '별의 순간'을 움켜잡았다.

쿠팡의 성공은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이튿날 배송을 완료하는 혁신적인 '로켓배송'을 필두로 반품이 쉽고 포장 없는 배송, 고객·직원·판매자의 동반성장이라는 차별화된 유통과 물류 혁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쿠팡의 혁신성과를 인정한 결과다. 미래의 쿠팡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선택함으로써 '별의 순간'을 누렸고 국내 e-커머스에 새로운 도전과 활력을 불러일으켰음은 분명하다.

독일어 'Sternstunde(슈테른슈튼데)'에서 유래된 '별의 순간'은 '운명적 시간, 혹은 결정적 순간'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우리 모두에게 '별의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별의 순간'임을 직관할 수 있는 예리한 통찰력과 주도면밀한 사전 준비, 그리고 "임자 해봤어?"라며 일침을 놓는 아산(峨山) 정주영처럼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과연 '별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냉철히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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