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초범이고 유사사건 양형 고려" 금고 1년 원심 유지
사지마비 피해자 아버지 "억울"…법조계 "법 감정과 괴리 커"

진주에서 주행 중인 시내버스 앞에 갑자기 끼어들어 버스에 타고 있던 고등학생에게 사지마비 등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3부(윤성열·김기풍·장재용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열린 재판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ㄱ(59) 씨에게 원심과 같은 금고 1년을 선고했다.

ㄱ 씨는 지난 2019년 12월 16일 진주시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을 몰다 시내버스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다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버스 맨 뒷좌석에 앉으려던 고3 여학생이 급정거 충격으로 앞으로 튕겨 나와 동전함에 부딪혀 목이 골절되면서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ㄱ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처벌 전력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참작했다며 금고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 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주 여고생 사지마비 교통사고, 사과 없는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21만여 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항소심에서 이러한 국민 뜻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고로 피해자가 사지마비 상태이며 앞으로 호전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며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ㄱ 씨가 초범이고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점, 유사 사건과 양형 균형 등을 고려하면 1심 양형을 합리적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날 방청석에 앉아 판결을 듣던 피해자 두 언니는 그 자리에서 흐느꼈다.

법정을 나온 피해자 언니는 "1심이 끝나고서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21만 명 동의를 받았는데 2심도 똑같이 나와 너무 답답하다"며 "국민 법 감정과 다른 판결이 나왔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는 (교도소에서) 1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이제 겨우 20살짜리 내 딸은 평생을 저렇게 누워 살아가야 한다"며 "우리나라 법은 당하는 사람만 불쌍하다. 법도 참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2심 모두 금고 1년 형이 나온 데는 애초 양형 기준이 낮은 탓도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일반 교통사고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치상은 양형 기준이 가중되더라도 8월~2년이다. 위험한 교통사고 치상은 2~5년까지 가능하지만 이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로 한정돼 있어 끼어들기 사고는 포함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이 사건이 가진 특수성과 양형 기준, 여타 다른 사건들 양형과 형평성 등 많은 부분을 종합해 어려운 판단을 했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일반인 법 감정과 법원 형량 사이에 큰 괴리가 있는 점도 분명히 있어 앞으로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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