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회 전환 코로나로 늦어져
전환된 곳도 사무국 체제 부실
도내 '주민세 환원'아직 없어

지난 3월 말까지 경남지역 305개 읍면동 중에서 88개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전환율 28.9%로 전국 전환율 22.7%(792개)를 상회하지만, 김해·사천·남해·산청·함양·합천 등은 주민자치회가 단 한 곳도 없다. 이유가 뭘까.

김해시 자치분권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늦어졌다. 올해 안에 5곳, 내년까지 대부분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천시는 주민자치 업무를 시정팀에서 맡고 있어 지방분권·주민자치 업무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남해군(행정팀)과 산청군(혁신단체팀), 함양군(서무담당)과 합천군(혁신담당)도 상황이 비슷하다. 사천시 시정팀 관계자는 "연내에 사천읍과 벌용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고, 군지역 관계자들 대부분 "코로나19로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무국부터 갖춰야 = 주민자치회로 전환한다고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다. 주민자치회가 실제로 운영되려면 위원들이 항상 만날 수 있는 사무실과 일상적 활동을 할 사무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사무국 체제'라고 하는데, 최근 창원시는 55개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했다.

우선, 주민자치회 사무실은 55개 읍면동 중 37곳이 확보됐거나 예산을 편성해 확보하는 중이다. 18곳은 상시로 모일 장소가 없고, 월례회나 분과회의 때는 행정복지센터 공간을 빌려서 쓴다는 것이다. 그중 의창구(8개)와 성산구(7개) 읍면동은 모두 사무실이 있다. 반면 마산합포구는 15개 중 9개, 마산회원구는 12개 중 8개 읍면동이 사무실이 있거나 마련하는 중이다. 진해구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아서 13개 중 5개 동 지역만 사무실이 있다.

주민자치회 사무실이 있어도 상근하는 사무인력이 없으면 계획이나 연락, 기록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 의창구나 성산구는 '주민자치센터 실장' 형태로 100% 사무인력을 확보했다. 반면 마산합포구는 2개, 마산회원구는 1개, 진해구는 4개 읍면동 주민자치회에 사무인력이 있다.

주민자치회 준비 정도나 전환율에서 창원시가 앞선 점을 고려하면, 다른 시군의 사무국 체제는 더 부실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주민자치계 관계자는 "앞으로 주민자치 기본법이 제정되거나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규정이 마련되면 인건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재정법 제32조 2항 "지방보조금은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있는 때 외에는 운영비로 교부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인건비 지원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 창원시 동읍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지난 27일 신방초교 정문 일대에서 '찾아가는 시민자치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마을조사 사업인 '동네한바퀴' 실습을 했다. /이일균 기자
▲ 창원시 동읍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지난 27일 신방초교 정문 일대에서 '찾아가는 시민자치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마을조사 사업인 '동네한바퀴' 실습을 했다. /이일균 기자

◇주민세 환원 왜 안 하나 =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에 주소를 둔 개인과 법인에 부과되는 지방세인 '주민세' 일부를 지역 환원 차원에서 해당 읍면동 주민자치 사업 재원으로 활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세는 지자체가 도로 포장과 같은 사회기반시설 조성 등에 사용해 왔는데, 기존 보조금보다 규모가 커 주민자치회 자치계획과 주민총회를 통해 선정된 의제의 실행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현재 창원·통영·사천·거제시 등은 '주민자치회 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전년도 주민세 개인 균등분의 징수액에 상당하는 예산을 재원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행하는 곳은 없는데, 경남도 자치분권팀은 "시장·군수의 의지가 중요하다. 주민세 환원을 통한 재원 마련을 독려하고, 주민세 환원 사례를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2017년 4개 구 26개 동에 주민세 10억 원을 환원한 이후 주민자치회 설치 동에 지원액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고, 충남 당진시는 2015년 주민세 연계 사업 5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0억 원(전 읍면동 주민자치회 전환)까지 환원액을 늘렸다.

특히 세종시는 올해부터 주민세를 자치분권 특별회계로 운영한다. 주민세 전액을 주민자치 예산으로 운영하는 것은 세종시가 처음인데, 올해 세종시의 자치분권 특별회계는 159억 원 규모다.

또 하나 경남의 과제는 읍면동별 주민자치 담당자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원을 비롯해 대부분 시군의 읍면동 주민자치 담당자들은 근무경력이 그리 길지 않고, 주민자치 업무를 맡더라도 1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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