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빌미로 편집권 침해에 무감한 포털
저널리즘 가치 하찮게 여기는 태도 우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운동선수를 다룬 보도는 사회 기사일까, 스포츠 기사일까. 간단한 문제가 아닐 듯한데 네이버 결론은 단호했다. 지난 2월 네이버는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 학교 폭력 기사를 '사회'로 분류해 제공한 매체에 경고를 보냈다. '스포츠·연예'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단다. 그나저나 분류 좀 다르게 했다고 무엇을 경고한다는 것일까?

"우리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너희 뉴스는 포털에서 못 본다."

네이버와 가까스로 계약한 매체 처지에서 치명적인 경고다. 네이버가 눈을 부릅뜨는데 사회 기사로 분류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매체는 없다. 애초부터 논란이 생기면 네이버 기준에 맞추기로 계약이 돼 있다고 한다. 꽤 심각한 편집권 침해 아닌가? 최소한 포털 바닥에서는 그런 거 없다.

대부분 매체는 포털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한다. 한때 언론계는 저널리즘 관점에서 그런 현상이 바람직한가,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고심하던 적도 있다. 지금 뉴스 소비에서 포털 중심 일방성은 생산자도 소비자도 부정할 수 없는 고정값이다. 기껏 머리를 맞댄다는 게 포털이 더 다양한 매체를 수용해야 하지 않나 정도다.

조금 더 나가면 뉴스로 상당한 이익을 거두는 포털이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별도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론'도 나온다. 물론 포털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이미 계약한 매체에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고 거기에 목매는 매체가 줄을 서 있는데 뭐.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가 보수 성향 매체에 편향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MBC 시사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는 인공지능이 편집하는 포털 뉴스 편향성에 몇 차례 의혹을 제기했다. <스트레이트>가 제시한 진보 성향 매체 뉴스 노출 수치는 아주 빈약하다. 그래서 진보 성향 목소리가 노출되지 않는 게 안타까우냐고? 지역신문 뉴스 노출은 그 하찮은 수치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대부분 지역신문 처지에서 그 수치는 연민이 아니라 부러운 대상이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최근 뉴스 제휴 심사에 지역 권역별 한 개 언론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신규 매체 진입을 꽤 까다롭게 막았던 포털 처지에서는 나름대로 '파격'인가 보다. 지역언론은 다가오는 심사가 포털에 입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심사 기준과 객관성을 예민하게 따지는 배경에는 '또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깔렸다.

포털은 뉴스를 배치하고 편집하며 공급하지만 언론이 아니란다. 하지만 언론사 고유 권한에는 언제든 개입해도 괜찮은 존재다.

"지역신문은 언제 생길지 모를 소중한 기회를 황송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요즘 포털 첫 화면을 열 때마다 안에서 울리는 소리에 괜히 배알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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