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자마자 수출되는 족벌신문들의 민낯
맡은 바 소임 못하는 K신문의 부끄러움

하마 거푸 그런 경사가 일어날까 긴가민가 했는데 윤여정이 그여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년엔 영어 이름 '패러사이트'로 불렸지만 올핸 우리말 '미나리'가 그대로 호출됐다. 무쳐지거나 데쳐져 밥상에 올라 특유의 향을 풍기던 그 날캉날캉하고 푸른 식물이 몸피를 곧추세워 날아오르듯 코로나19 와중의 지구촌에 그 이름이 호명된 것이다. 작년 수상자 자격으로 서울서 화상으로 쏴 보내는 감독상 수상자 발표 또한 봉준호 감독의 우리말이 스스럼 없었고 그걸 화면 아랫도리에 영어 자막으로 달아내는 것을 보며 괜스레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연속극·춤·음식 그리고 방역에 이르기까지 K자 붙은 바람이 나라밖에서 한창인데 동남아에선 우리 신문이 인기란다. 설마 신문까지 'K'인가 싶어 들여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낯익은 그 활자 명색들은 방콕 가구점의 포장대에 잔뜩 앉았고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꽃 싸개로, 파키스탄 길거리 음식은 아예 조리 직후 담아내는 접시 노릇으로 행세하고 있다. 윤전기에서 나와 포장도 안 뜯은 신문들이 컨테이너로 옮겨지는데 일부는 계란 판때기가 되거나 애완동물 배변기로 소비되지만 상당수는 수출된다는 것이다. 태국과 필리핀 등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당 500원에 팔리는 한국 신문은 콩기름으로 인쇄해 친환경적이고 흡수력도 좋아 포장지론 '짱'이라는 게 현지 '평'이라니 환장할 노릇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발표한 자료를 보니 1996년도에 69.3%이던 신문구독률이 2019년에는 6.4%로 주저앉았다. 가구 인터넷 접속률이 세계 최고이고 손바닥마다 소형 컴퓨터를 장착한 '포노 사피엔스'가 와이파이가 거미줄처럼 깔린 도심을 훑고 다니는 나라가 맞은 도리 없는 변화다.

그럼에도 각 신문 발행 부수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발행 부수는 광고수입과 관련되며 광고주의 매체에 대한 광고비 집행의 근거가 된다.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일간지들은 정부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낼 뿐 아니라 매년 수 억의 정부 보조금도 받아 간다. 그 액수 책정 근거가 '발행 부수'에 따른 것이라니 윤전기서 빠져나와 한번 펼쳐보지도 않은 신문 1만 8000t이 어째 무더기로 동남아 장바닥에 쟁여 있나가 어렵잖게 설명된다. MBC의 '찍자마자 전 세계로 수출?…' 보도 이후 이 문제를 후속으로 다루는 보도 매체는 거의 없다. 제 밑이 구려 건드릴 수가 없으니 당자들은 미친 척하는 것이고 동업자들은 의리를 지켜 모르쇠로 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기질 따위도 별것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초유의 역병 사태 와중에 저들이 벌인 행악과 견주면 비교가 안 되는 죄질인 까닭이다. 복기해보면 모두가 방역에 나설 때 저들이 벌인 건 정치였다. 시종 대통령과 방역 당국을 공격하고 대중 불안을 증폭시켰다. 역병 초기의 선방으로 지구촌 부러움을 사며 'K 방역'이라 불리던 것을 뒤집어 외려 '백신 거지'라는 참담한 비하로 국민을 자조에 빠뜨린 물건들이다.

언론인이란 본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언론'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 공동체를 저들로부터 보호함이 그 소임이라 했다. 그러므로 또한 존중해주고 대접해준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언론 신뢰 지수 세계 꼴찌인 나라의 족벌언론에서 기대할 수 없는 가치다. 이 나라의 심각한 병증이 여기에 있다. 검찰 횡포가 극렬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공무원이다. 제아무리 날뛰어도 인사권의 고삐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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