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보내준 봄나물 사랑 가득해
만남 줄어든 시절에 더 고마운 사람들

4월 초순이었다. 외출 갔다 오니 현관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친구가 보내준 택배였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뜯어보니 싱싱한 두릅이 작은 상자 가득 들어 있었다. 파릇파릇한 생명의 새순들이 봄을 전해주었다. 봄 향기가 거실 가득 그윽했다. 한참 동안 상자 안의 두릅을 보면서 겨우내 품고 있었던 나무의 숨결을 따스하게 느껴보았다.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두릅나무의 새순은 가지마다 나온 새순을 하나씩 따는 것이라 따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조심스럽게 만졌다. 그리고 두릅을 씻어 데쳐서 접시에 담고 튀김도 만들고 장아찌도 담갔다. 가족들과 먹으면서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문득 오래전에 지리산 친지의 산에서 두릅과 고사리를 딴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봄이면 어김없이 보내주는 지인들의 봄나물인 머위와 쑥, 취나물 등이 현관 앞에 놓여 있다. 봄을 보낸 것이다. 그럴 때면 그들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나물을 캐려면 나물마다 캐는 시기에 맞춰 가야 하는 정성과 몇 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아서 캐야 하는 정성을 알기에 한 잎 한 잎 물길에 흘려보내지 않고 잘 손질한다. 깨소금과 참기름 냄새와 후덕한 그녀들의 사랑으로 부엌은 한동안 향기롭다.

엊그제는 언니들이 며칠 동안 캔 쑥을 모아 쑥떡을 만들었다며 작은 상자에 쑥떡까지 만들어 놓아둔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맛있게 먹었는데 올해도 쑥떡 만들며 내 생각이 났다며 보내준 것이다. 머위를 따고 쑥을 캐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늘 미안하다. 3월과 4월에는 미안하고도 고맙게 그들 덕분에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작년 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언니를 따라 고성 바닷가 근처 들녘에 봄나물을 캐러 따라갔다. 그때 아이처럼 기뻐하며 한나절 나물을 캐며 나물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고 사진 찍는 내 모습을 보고 언니는 "그렇게 좋으냐?"며 다음에도 함께 나물 캐러 가자고 했다. 작년 봄은 나물을 캐면서, 초록 기운 가득한 나물에 심취하면서 코로나19의 상황을 잘 보낸 것 같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밭에서 나물을 캐며 삶의 여유를 느끼며 자연에 심취해서 갑갑했던 코로나19 상황은 다 잊혔다. 그래서 매년 봄나물을 캐러 오리라고 다짐을 했다.

올해도 마음은 언니들을 따라 봄을 즐기고 싶었는데 새로운 일들이 생겨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았다. 그런 내 상황을 잘 아는 언니나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봄 선물을 해주었다. 지난해처럼 봄 곁에 가지 못했지만 그들 덕분에 봄을 느끼며 사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살면서 고마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예전에도 많은 사람들의 고마움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도 많이 느꼈지만 사람 간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어서인지 그들의 친밀도를 더 잘 알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또한 나도 곁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에 세심해지고 그들의 향기를 느끼며 산다. 바람, 비, 햇살 등의 자연에도 향기가 있어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햇살 따사로운 날이든 모두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좋은 봄날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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