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롱칸시에서 자랐습니다. 저와 남편은 베트남에서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만나 결혼한 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 남편과 한국으로 왔습니다. 벌써 한국에 온 지 17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 많았으나 지금은 잘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 따라 급히 왔기에 기본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도 못 배우고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어, 음식, 문화까지 아주 기초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현재 저는 보험 설계사로 일하며 법원, 경찰서, 관공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서 2007년부터 통역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베트남 전통 쌀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과 처음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살아있는 낙지를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씹으며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 표정이 정말 잊히지 않네요. 베트남 요리와는 매우 다르다 보니 그때는 못 먹었으나 그 뒤로 한국 음식 문화에 호기심이 생겨 가끔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음식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민족성, 사회적 수준, 남녀 역할 분담 등 베트남과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한국어에 적응할 즈음 길거리에 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외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괴로워하며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 돼 이유 없이 차별 당하고 있다고 힘들어 할 때 남편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다 보면 주위 한국인들이 당신을 보는 눈이 바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처럼 차별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남편 말에 생각을 바꾸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 저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모여 생활도 안정됐습니다.

결국은 주변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고, 주변 사람 덕분에 치유돼 저는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 우리들의 2세가 한국 삶과 문화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많을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들의 나라 생활 문화에 대해 비판받으면 상처를 받습니다. 서로 존중 받아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동양인들이 차별당하는 걸 보며 우리 동양인들이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 정부도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때에 우리 모두 노력해서 서로 차별하지도, 받지도 않는 건강한 한국 사회가 됐으면 하는 조그만 저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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