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250여 편 엮어 발간
박근혜 정부 세월호 대처 비판
모든 언론계 종사자 반성 촉구

"무엇을 위해 쓰는가. 이 책을 내기로 한 뒤 편집자가 던진 물음입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란 차원, 그 너머 있는 본질에 대한 것이겠지요. 저는 잠시 머뭇거린 뒤에야 대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글을 쓴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쓴 거라고. 무엇을 위해 쓰는지도 내가 아니라 글에게 물어야 한다고."

권석천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칼럼 모음집 <정의를 부탁해> 서문에서 밝힌 말이다. 하루하루를 '오늘의 일용할 기사' 쓰는 데 골몰해왔다고 밝힌 그는 중앙일보 칼럼 '시시각각' 필진으로 참여하며 250여 편의 글을 남겼다. 첫 2년 반은 1주일에 한 번씩 적었고, 2015년 1월부턴 3주에 한 번씩 글을 써냈다.

그가 쓴 글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된 건 6년 전 일이다. 칼럼을 묶어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한국 사회가 돌파구를 찾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게 권 전 칼럼니스트의 책 출간 배경인데, 특정 시기를 다룬 그의 글 속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세월호도 나오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나오고 검찰도 등장한다.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고민해볼 지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글이 끝난 책장 맨 하단부엔 해당 칼럼을 쓰게 된 배경 또는 당시 상황과 이후 상황 등을 설명하는 내용도 덧붙인다. 10줄 내외의 짧은 글이다.

▲ 〈정의를 부탁해〉 권석천 지음

26~29쪽에 실린 '시스템이 우릴 구한다고?'라는 글에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박근혜 정부가 지겹도록 외쳤던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기도 하고, 정부 스스로 국민에게 우리만 믿으면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리플레이하는 건 아닌지 되묻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 재난안전시스템 개편과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 방안 등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전에 적은 칼럼인데, 글 속엔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제대로 작동시킬 리더가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뿐이라는 저자의 뼈 있는 지적이 묻어난다.

330~333쪽에 있는 '있는 그대로 전해주세요'에선 세월호 침몰 이후 맞닥뜨린 언론에 대한 거부감을 이야기한다. "기자분들, 우리 좀 도와주세요.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주세요"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말을 적어놓고선, 취재·보도 방식에 대해 현장 기자들뿐 아니라 모든 언론계 종사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언론도 무너진다고 봐서다.

책에 나온 권 전 칼럼니스트의 모든 생각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얘기할 순 없겠지만, 이런 글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확인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뜻이다. 이 책을, 수년 전에 작성된 권 전 칼럼니스트의 글을 지금 소개하는 이유다. 동아시아. 415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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