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불평등·양극화·인류멸망 초래
작은 것 지켜내야 지속가능한 미래 열려

경남 지역은 지난해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남도청과 경남교육청이 손잡고 통합교육추진단을 꾸려 '삶과 교육이 행복한 경상남도'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는 고성군 영오초, 남해군 상주초를 대상으로 시작되었고 올해는 의령군 대의초, 창녕군 유어초, 함양군 유림초 등 3곳에서 추진된다. 특히 올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로소 남해 상주중학교가 2014년부터 비전으로 내세웠던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감회가 깊다.

부디 남해 상주의 사례가 튼튼히 뿌리내리고 다른 지역으로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왜 작은 학교가 소중한가?'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고, 우리가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그 방향성을 점검해야 한다.

슈마허의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73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은 1986년. 그러니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길게는 50년, 짧게는 30년이 넘었다.

이 책은 현대 과학기술문명이 추구하는 무한성장주의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자연을 조작하고 지배하려는 과학기술이 생태 위기를 불러 인류의 멸망을 앞당긴다고 경고하였다.

물론 70, 80년대 한국 사회는 경제성장에 한창 속도를 내고 있었던 시절이라 슈마허의 사상은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난 50여 년 동안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 중심의 기술, 생태계 존중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세워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경제학 고전이 되었다.

마침내 한국 사회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교육문제에 대한 성찰과 저항이 일어났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과 대안학교 설립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공교롭게도 1997년 3월 산청 간디학교가 문을 열던 때에 보리출판사 편집부에서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생태사상가와 대안교육 운동가들의 글을 16편 묶어 소개하고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 질문을 던지며 개발과 성장이라는 근대화가 교육에 미친 영향을 살피면서 새로운 교육, 대안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말은 슈마허의 인간중심 경제학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 이 점을 명심하자. 우리가 30, 40년 전부터 '작은 것'의 소중함을 진지하게 깨닫고 그 '아름다움'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했다면 오늘날처럼 이렇게 도시와 농어촌 사이 균형이 깨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농어촌 지역의 그 많은 '폐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인구 절벽'과 '소멸의 땅'이라는 비극적인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또 오늘날 같은 기후 위기와 생명을 앗아가는 바이러스 대유행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삶의 운동'으로서 함께 연대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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