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헬스장 직원 범행 정황
수사 사실 알고 동영상 등 없애
경찰 초기대응 부실 논란 자초

거제 한 헬스장 트레이너가 여성탈의실에 있는 회원들을 휴대전화로 불법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제경찰서는 지난 14일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트레이너 ㄱ(31) 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ㄱ 씨는 2019년께부터 자신이 근무하던 헬스장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설치해 바로 붙어 있는 여자탈의실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ㄱ 씨가 일하던 헬스장은 주로 동네 주민이 이용하며 수년간 다닌 회원들이 대부분이라 직원과 회원이 가족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불법촬영이 의심되는 기간 청소년 회원들도 헬스장을 이용했다.

특히 ㄱ 씨는 회원들과 개인적인 고민이나 이야기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이어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헬스장에 다녔던 한 회원은 "워낙 사람들한테 싹싹하게 잘 했기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불법촬영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회원들을 대했을 것을 생각하니 배신감이 든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5일 ㄱ 씨 가까운 지인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앞서 고발인이 ㄱ 씨가 불법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 차례 헬스장 측에 조치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 범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고발인 진술과 추가 증거를 볼 때 ㄱ 씨가 불법촬영을 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인 ㄱ 씨 휴대전화와 불법촬영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압수수색 전 ㄱ 씨가 경찰 수사 사실을 알게 되면서 휴대전화 등 증거품들을 없앤 것이다. 뒤늦게 경찰이 ㄱ 씨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해 조사했지만 동영상은 찾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고발인이 제출한 휴대전화 속 일부 영상을 디지털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했다. 영상은 고발인이 ㄱ 씨 휴대전화에 있는 불법촬영 영상을 찍은 것으로 1초가량 분량 2건 정도다.

경찰이 신속하게 ㄱ 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 휴대전화에 담긴 불법촬영 동영상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이 ㄱ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발부되지 않은 것도 ㄱ 씨가 찍은 동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 탓에 불구속 상태인 ㄱ 씨는 지금도 헬스장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부터 받았다면 휴대전화 속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초기 수사 과정에 아쉬움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현재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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