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 개인전 '몇 번째 기억'
만화 이미지로 현대인 표현
작품마다 추억·이야기 담아

만화에서 볼법한 이미지가 화폭 위를 넘나든다.

네모난 캔버스 어디를 훑어봐도 보이는 건 앙증맞은 캐릭터들의 외관이다. 땅 위에서 당근을 뽑고 있는 토끼 3마리와 두 손으로 당근을 잡은 두더지 3마리가 한 화면에 나타난다. 애벌레인지 개미인지 모를 더듬이가 달린 생명체가 기어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새와 꽃게, 물고기의 모습도 곳곳에 나타난다. 뚫어지게 살펴보지 않더라도 화면 안에 여백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런 귀여운 이미지를, 어떤 계기로 화면 가득 담아내게 된 걸까.

김보연(33) 작가가 '몇 번째 기억'이란 이름으로 전시를 열어 그간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창원 의창구 사림동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지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그의 5번째 개인전 '몇 번째 기억'에서다. 여기에 나온 작품들은 영락없는 만화 속 캐릭터들의 외관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그림 중 16점을 내놓았다.

▲ 로그캠프 김보연 작가 5번째 개인전 '몇 번째 기억' 출품작.  /최석환 기자
▲ 로그캠프 김보연 작가 5번째 개인전 '몇 번째 기억' 출품작. /최석환 기자

전시장에 걸린 작품 속엔 토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이름은 '달수이'다.

화면 곳곳에는 당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토끼, 자물쇠와 열쇠를 들고 있는 문어, 삼삼오오 모여서 리더만 따라다니는 물고기, 오리 형상을 한 집 위로 늘어선 토끼와 기린, 고래 등 동물 무리, 어딘가에 매달려있는 원숭이 등 다양한 모습이 화면에 드러난다. 초코빵, 고백, 숲속 친구들, 어린 왕자, 겨울이야기 등 저마다 다른 이름이 제목에 붙었고, 작품 하나하나의 세부와 색감 역시 모두 다르게 표현됐다.

작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만화 캐릭터로 승화시켜 작품 속에 옮겨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담아내려면 특징이 있는 캐릭터를 창작해 집어넣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대인을 창작해낸 동물 캐릭터로 특정해 엮어 놓은 셈이다. 작가노트에 적혀 있는 글을 보면 이런 이미지를 통한 작가의 바람이 드러난다.

"우리는 늘 생각이란 걸 하며 살아간다. 그 수많은 '생각 상자' 중에 과거의 기억들은 지금까지 계속 따라다니고 우리의 일상에 또는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아무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작가의 동화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길 바란다. 기분을 환기해 작품을 감상하며 느낀 소중한 감정과 기억들이, 또 새로운 과거가 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관련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전시장에 나온 근작에 대해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지치고 힘들 때면 과거의 사진이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느 정도 환기된다. 관객들이 여러 캐릭터의 뜻을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자기 스스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머릿속에 기억을 저장시킨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다."

5월 16일까지. 문의 로그캠프(010-330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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