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류 생존 위태…환경교육 강조
"눈앞 이익보다 이웃·지구 생명체 배려해야"

거창하천환경교육센터가 최근 거창읍 가지리에 문을 열었다. 앞으로 하천 생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환경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센터 책임을 맡은 하동근(43) 씨는 거창YMCA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지역 활동가다. 센터 내 소담하게 차려진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절규처럼 지구가 많이 아픕니다. 아픈 채로 그대로 두면 어떤 큰 병으로 발전할지 모릅니다. 갈 길이 멉니다. 어쩌면 지금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적 재난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서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류는 생존을 위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는 기후재앙 시대를 맞이한 현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4월 사과 주산지 거창은 과수원에 핀 사과꽃이 볼 만합니다.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는 꽃이지만 최근 들어 냉해가 반복돼 농민들이 울상입니다. 지난해에는 사과 수확량도 엄청 줄었고, 때아닌 여름 우박에 상처투성이 사과가 많았습니다. 하루아침에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머지않아 사과뿐 아니라 우리 밥상도 된서리를 맞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 센터장은 환경교육이 어쩌면 인류 구원의 마지막 방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력했다. 특히, 시골마저 다양한 오염원으로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며, 미래를 위해 생존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함께 고민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두운 이야기만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결코 어두운 그림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하듯이 생태환경에 대한 생각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더딘 게 문제지만, 우리 삶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처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쓰레기도 잘 쓰고 잘 담으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경남도민일보의 '쓰담쓰담 프로젝트' 같은 노력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거창하천교육센터 하동근 센터장이 하천센터는 '누구나 편하게 와 이웃들과 소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 거창하천교육센터 하동근 센터장이 하천센터는 '누구나 편하게 와 이웃들과 소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태섭 기자

하 센터장은 지구 시민 하나하나의 삶이 바뀔 때 비로소 변화의 결과물이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온난화가 가속되며 기후재앙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삶은 지구에 덜 미안한 삶이 아닐까 제안했다.

그는 대안적 삶과 환경은 거창한 말본새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논쟁처럼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류 재앙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 관련 대안적 삶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우리가 아는 생명의 소중함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면 족합니다. 이웃의 개념은 좀 넓게 생각해 지구 생명체와 관계하는 우리의 마음이겠지요."

하 센터장은 센터를 소개하며 이웃과의 공감을 강조했다.

"하천센터는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커피 한잔하며 쉴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유리온실에서 식물들과 교감할 수도 있습니다. 하천센터는 누구나 부담없이 와서 이웃들과 소통하고 지구 시민으로서 고민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하천센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도 공감이 바탕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웃끼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여러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부터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환경학교를 비롯해 여름에는 야외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환경영화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좀 뜸해질 것 같은 가을에는 센터 마당에서 지역 청년들과 함께하는 프리마켓, 환경축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생활 속에서 함께 고민해 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여러 일을 벌여볼까 합니다."

하 센터장의 소탈한 웃음이 친근하게 느껴질 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그는 '노을빛이 아름다운 이유를 함께 볼 이가 있어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아마 세상 혼자 살아가다 보면 쓸쓸하게만 느꼈을 거다. 이웃과 지구가 외롭지 않도록 하천센터가 함께할 것'이라고 끝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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