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산업구조·일자리 변화 불가피
고용문제 구체적 대안 필요

"탈석탄, 이제는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피할 수 있다고 피해지는 문제가 아니죠. 이 정부가 끝나면 탈석탄 정책이 중단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세계적 흐름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탈석탄은 시대적 과제이자 재생에너지 전환을 직감하고 있는 노동자 제용순(44). 그는 하동화력발전소에서 일하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진주에 있는 한국남동발전 본사 근처 카페에서 제용순 부위원장을 만나 '탈석탄 시대 노동자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탈석탄 기조에 공감했다. 한편으로 산업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한계를 지적하며 노동부 일자리 문제와 연계해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용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부위원장. /최석환 기자
▲ 제용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부위원장. /최석환 기자

◇정의로운 전환 = 국내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개념적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발전노조 지원 하에 환경단체 활동가가 작성한 보고서 제목이 <기후변화와 노동계의 대응 과제: 정의로운 전환> 이었다. 정의로운 전환 운동은 1970년대 미국의 노조 지도자 '토니 마조치'가 최초로 제기했다. 그는 석유·화학·원자력 노조 부위원장으로 노동자를 위한 펀드와 새로운 일자리를 요구했다.

기후변화와 환경변화가 노동자들의 일자리 즉 생존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의제를 받아들이고 대응과정에서 적극 협의하도록 만들었다.

◇석탄화력 노동자 운명은 = 제용순 부위원장에 따르면 석탄 발전이 사라질 운명이지만 사업장 내 위치와 업무에 따라 느끼는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 부위원장은 "정부가 LNG 복합발전소로 중간 지대를 만들었기에 기계 정비제어 부문은 복합에서도 전환 가능하지만 석탄 취급을 비롯한 환경 설비 부문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발전사 전체 인력 중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인력이 '더는 필요없는 일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인력은 약 2만 2000명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발전 5개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 노동자 중 정규직은 약 1만 2000명, 비정규직은 약 1만 명이다. 비정규직을 세분하면 경상정비(5000명), 연료환경운전(2500명), 청소·경비·시설(2500명)로 나뉜다.

그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숫자 개념으로만 보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기존 석탄화력 발전산업의 마이너스 일자리가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플러스로 상쇄된다고 '간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 부위원장은 "탈석탄 정책에 노동자를 어떻게 재배치할지 구체적 내용이 없고 기업에 맡겨둔다면 시장 논리로 손쉽게 해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전환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관련 법·제도를 속도감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에너지 공공성 강화 필요 = 에너지는 상품인가 공공재인가. 이는 에너지 정책을 바라보는 주요한 결정적 도구가 된다. 상품으로 보는 관점은 '이윤을 위한 에너지'로 불리며 민영화를 주장하고, 공공재로 보는 관점은 '인간을 위한 에너지'로 공공서비스에 기초해 관리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공공성을 담보로 정의롭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발전노조는 지난 이명박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민간부문 전력산업 확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도록 정부가 시그널을 줬고 현재 발전용량으로 보면 14%가 민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제용순 부위원장은 '녹색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논의 테이블에 누가 들어갈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다"며 "전문가·교수 등 위원들이 시장주의자로만 구성된다면 발전산업은 공공영역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발전노조는 지난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제 부위원장은 "탈석탄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들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다"며 "전환 과정에서 이익을 노리는 자들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고 에너지 정책이 노동자·시민 친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