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3부작 중 두 번째 책 발간
전국 독립·예술영화관 이야기
좋아하는 곳에 대한 철학 녹여

누구나 마음속에 꿈을 품을 수 있지만 현실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터. 석류(31)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사람이다. 비록 걸음의 속도가 느리고 보폭이 좁더라도 그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석류 작가가 '공간 3부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전국 책방 여행기>(2019년)에 이어 <내가 사랑한 영화관>을 출간했다. 이 책은 작가가 약 2년 동안 전국 15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다니며 공간과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석류 지음
▲ 〈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석류 지음

작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그의 이름은 본명이다. 성이 '석'이고 이름이 '류'다. 부산외대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고 진주문고 점원으로 일하면서 <전국 책방 여행기>를 썼다. 지금은 편의점 알바생.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에 취재하고 글을 쓴다.

석 작가는 어릴 적 작가를 꿈꿨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지난 2015년 진주 소소책방에서 진행한 글쓰기 모임 '손바닥에 쓰다'에 참여해 1년간 쓴 단편소설 <비눗방울 속의 너>로 등단했다. 당시 글쓰기 모임 회원들에게 "몇 년 후에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현재, 책 세 권을 낸 작가다.

"어떻게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냐?"고 물으니 석 작가는 "말이 되어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효력이 생긴다. 마법이라고 해야 하나? 뱉은 말을 전부 다 지킬 수 없겠지만 최소한 지키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지만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게다.

연예인, 펜싱·핸드볼, 고양이 등 많은 '덕질(한 분야에 푹 빠져 열중하는 것)'을 하는 석 작가는 글도 덕질하듯 쓴다. '좋아하는 일에는 기쁨은 물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의지가 포함된다'는 말처럼 석 작가는 비록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지만 글 쓰는 것 외에 다른 걸 안 해도 행복하다.

이제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석류 작가는 공간 3부작 프로젝트 중이며 이번 책은 두 번째다. 근데 왜 영화관일까.

"영화관은 내 첫사랑이다. 영화관은 사람이 아닌 공간에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 최초의 공간이다. 나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영화관에 갔고 영화관은 사랑이자 안식처로 언제나 곁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 지난 16일 진주 소소책방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석류 작가가 '사랑하는 공간을 기억하는 방법'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br /><br />
▲ 지난 16일 진주 소소책방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석류 작가가 '사랑하는 공간을 기억하는 방법'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석 작가는 10대 때도 하지 않았던 방황을 스무 살에 심하게 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무기력함만 가득해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 시절, 나를 구원해주었던 건 다름 아닌 부산의 국도예술관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취재를 시작했다. 전국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약 30개 중 15곳을 방문했다. 영화관 측에 자기소개, 기획 의도 등을 담아 이메일을 보내고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받으면 취재를 진행했다. 보이스 리코더, DSLR 카메라를 들고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15~20개 질문지를 만들어 짧게는 1시간 30분, 길게는 4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하고 집에 오면 주말마다 부지런히 글을 썼다. 원고를 완성한 뒤 수십 군데의 출판사를 두드렸다.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관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취재가 중단돼 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석 작가가 처음 취재한 진주 인디씨네는 문을 닫았다.

"모든 공간은 사람에서 시작되기에 인터뷰를 통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과 공간이 지향하는 바를 안다. 그러한 점에 주목해 공간의 이야기를 아카이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석 작가는 책방, 영화관에 이어 현재 20년 이상 된 카페와 찻집을 취재 중이다.

그는 "제가 좋아하고 관심 가지는 분야가 남들 눈에는 마이너(minor)처럼 보여도 나에게는 메이저(major)다"며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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