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프로젝트의 학생 동아리 활동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시도에 교정 활기

학교 공간 동아리 아이들과 처음 한 일은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었다. 선배들이 곳곳에 만들어 놓은 공간을 직접 찾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제안하게 했다. 갖가지 의견이 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놀이 공간과 쉼터이다. 첫 프로젝트로 학교 어딘가에 고누 놀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전통놀이 고누에 재미를 붙이도록 짝을 지어 놀이를 즐기게 하고, 이어서 새로운 고누 놀이를 보여주고 놀이 방법과 규칙을 알아내게 했다. 고누 놀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자신만의 새로운 고누 놀이를 만들자고 했다. 새로 만든 고누 놀이를 하면서 놀이 규칙을 알아내고 문제점을 찾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누판을 교정 공간에다 직접 그려 넣고, 친구들에게 놀이 방법을 설명하는 시연을 할 예정이다.

역사 동아리 아이들은 학교 근처에 있는 근대문화유산 '구 밀양역 파출소'를 지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동하라'는 동아리 이름에 걸맞게 지도 선생님과 현장 답사를 하고, 10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의 보존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주에는 3일 동안 수업이 끝나면 현장에 나가 찾아오는 친구와 선생님들을 맞아 사진을 찍고 설명을 하며 알리는 활동을 했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학교 현관에다 낡은 건물 사진을 붙여 놓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역사 동아리 아이들의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사회참여 동아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지역을 지키기 위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중앙현관에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걸어 놓고, 기후 위기가 우리 지역의 문제임을 알리고 있다. 지도에는 밀양의 대표 농산물 '얼음골 사과' 재배지인 얼음골이 사과 재배 적지에서 가능지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를 본 아이들은 "기후 위기는 브레이크 고장난 차다, 시한폭탄과 같다, 끓는 물이다"라는 표현을 통해 공감을 나타내었다. 위기에 대한 홍보에 이어 '밀양을 지키는 2그램'이란 이름으로 병뚜껑 모으기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페트병, 병뚜껑을 따로 분리하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라고 물으면서 "작은 실천으로 우리 밀양의 사과를 지킬 수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전한다.

독서 동아리와 도서위원들은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아 '글벗잡화점의 기적'이란 이름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친구와 상담한 후 읽을 책을 처방해 주는 '글벗약국', 책 속에 숨겨 놓은 쪽지를 찾는 '비밀의 책 찾기', 학급에 숨겨 놓은 문제를 찾아 답하는 '알쏭달쏭 퀴즈'와 주어진 문장에 댓글을 이어 달면서 소설을 만드는 '도전! 글벗 댓글' 활동을 준비하여 사흘 동안 펼친다.

아이들이 펼치는 프로젝트 중심의 동아리 활동은 코로나로 위축된 교정에 한껏 활기를 더한다. 아이들이 이러한 활동을 펼치는 데 따른 선생님들의 노고는 크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피어날지 모르는 신비한 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뿐 아니라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촘촘히 받쳐주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활동의 성과가 아이들에게 모두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어쩌면 이 찬란한 봄의 모든 아름다움은 거듭된 실패를 딛고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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