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첨단기술, 전기연구원 개발·기업에 이전
에너지 효율·가격 경쟁력 높여…독점·수입 의존 완화 뒷받침

전기자동차용으로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SiC(Silicon Carbide·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이면서도 칩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SiC 전력반도체 소자 최첨단 기술인 '트렌치 구조 모스펫(MOSFET)'을 개발하고, 전문 제조업체와 2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전력을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는 가전기기, 조명을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들어간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이다.

전력반도체 산업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전력반도체 수요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SiC 전력반도체로 전기차 인버터를 만들면 실리콘(Si) 반도체 인버터를 사용했을 때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높아지고 인버터의 부피와 무게는 줄어 e-모빌리티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디고, 섭씨 수백도 고온에서도 동작하며 전력 소모도 작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이 달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등 반도체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기연구원의 SiC 트렌치 모스펫 개발 성공은 SiC 기술 대열에 후발국인 한국이 합류했다는 의미다. SiC 트렌치 구조는 안정적인 동작 및 장기 내구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독일과 일본만이 양산화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다.

▲ 전기연구원 한 연구원이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기연구원
▲ 전기연구원 한 연구원이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기연구원

방욱 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우리 연구원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쌓아온 SiC 소재 및 소자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며 "수년 내에 SiC 시장의 주역이 될 트렌치 모스펫을 국산화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적용하면 최대 10% 전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비해 SiC 전력반도체는 소수의 국가가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은 부족하다. 이번에 개발한 트렌치 기술은 SiC 전력반도체의 생산량을 늘려 공급부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정현 전기연구원 박사는 "SiC 전력소자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웨이퍼당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공급량도 늘리고 소자 가격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상용화하면 궁극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기연구원은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모스펫' 제조 원천기술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각종 측정·분석 기술 등 종합적인 기술 패키지를 SiC 전력반도체 전문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대표 김도하)에 최근 기술이전했다. 기술이전 금액만 약 20억 원에 이른다.

연구팀은 장비 구매부터 양산화 라인 구축까지 전 공정을 지원하는 등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와 대량 생산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은식 예스파워테크닉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선진 제조사들도 최근에 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전받은 트렌치 모스펫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금년에 출시해 전기차, 가전기기 고객사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시장조사기관 IHS 마켓 등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7억 달러(약 7800억 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 약 100억 달러(약 11조 14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32%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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