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은 공예가 작품 선보여
수작업해 1벌 제작 1년 걸려
23일까지 마산 창동서 전시

전통매듭 공예가 임지은(59) 씨는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후수(後綬) 공예 장인이다. 전통공예의 한 분야인 후수는 의례복을 입을 때 허리 뒤에 다는 커다란 장식품을 말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이나 신하들이 관위를 나타내는 표지 중 하나로 사용하던 장식품이 후수였다. 창원전통매듭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임 공예가는 기계를 쓰지 않고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후수를 만든다.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손으로만 작업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후수를 쭉 펼쳐놓고 보면 크기가 가로 68~70㎝, 세로 80㎝ 정도 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김경현 아뜨리에 & 갤러리 작가의향기(마산합포구 창동길 31) 3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장인의 손끝-기술을 잇다'전에 임 공예가가 내놓은 후수는 크게 2가지다. 왕이나 신하들이 사용하던 '왕의 후수'와 '당상관의 후수'다. 조선시대 후수를 실제 모습 그대로 재현해낸 작품이다. 후수엔 하얗고 노랗고 까만 6~8마리 학 문양이 담긴 자수가 중앙에 자리한다. 그 밑으론 파란색으로 염색된 줄 수십 가닥이 달려있다. 허리 뒤로 걸치면 종아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크기가 작지 않다. 하나 제작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업 면면에서 그의 내공이 묻어난다.

▲ 임지은 공예가 작 '당상관의 후수'. /최석환 기자
▲ 임지은 공예가 작 '당상관의 후수'. /최석환 기자

임 공예가는 이번 작품전에 후수뿐 아니라 전통매듭 공예품도 차려놨다.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다는 '노리개'와 실을 뜨는 8사틀로 엮은 줄을 잠자리 모양으로 표현해낸 '잠자리 매듭 공예품', 빨간 공단에 진주를 금실로 꿰어 붙이고 그 안에 향을 넣은 작품 '진주낭 주머니',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이는 '조각보'가 나왔다.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8사틀도 전시장에 나와 있고, 벽에 걸 수 있는 가정용 장식 공예품도 걸려있다.

임 공예가는 "후수가 모두 12개 정도 있다. 공간 사정상 그중에서 2개만 전시장에 가져왔다"며 "경상도에서 후수를 다루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이번에 선보이지 못한 것들은 추후 아크릴판에 담아서 전시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노리개를 본 뒤로 전통공예에 빠지게 됐다. 언젠가는 전시장 안을 후수로 가득 채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번이 3번째 개인전인데, 전시장에서 전통의 멋과 여유로움을 느끼고 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까지. 문의 010-9899-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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