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우월하다 여겨서 나오는 훈계
자기 경험에만 갇힌 자의 오만일 뿐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초반부에 주인공 이금자는 13년 형기를 다 마치고 출소를 한다. 친하게 지내던 전도사가 출소를 축하하며 두부를 건네자 금자 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두부를 떨어뜨리더니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고는 돌아서 버린다. 금자 씨는 이 전도사가 순수한 종교적 감정이 아닌 개인적 욕망 때문에 그동안 자신에게 잘 해주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금자 씨의 복수극을 다룬 이 영화는 크게 흥행했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멘트도 많이 유행하였다. 특히 스스로 처신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남을 훈계하려는 사람들, 속칭 꼰대들을 디스하는 용도로 말이다. 특히 "나때는 말이야" 하면서 라떼를 들이대는 갑들 말이다. "너나 잘하세요." 그 한마디는 그러한 갑들의 꼰대 짓에 짜증이 났던 을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부여해준다.

자녀를 키우면 누구나 느끼는 거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잔소리가 는다. 지금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성에 차지 않는 거다. 아이를 붙잡아두고 따끔하게 한마디 한다는 게 순식간에 한두 시간을 까먹어 버린다. 왜냐하면 "아빠 때는 말이야, 엄마 때는 말이야." 바로 이 말이 모든 잔소리의 시작이자 원천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런 부모의 일장 연설을 들어줘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이 겪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으나 아이는 직접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구체적 경험을 알 도리가 없다. 또한, 부모는 이러한 라떼 타령과 함께 자신도 그 시절 감히 하지 못했고 지금도 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기준을 자녀에게 들이댄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자녀로부터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잔소리를 묵묵히 들어준다.

남보다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거나 또는 경험이 많다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자부심에 불타는 부류들이 그런 속성을 가지기 쉽다. 또 이런 이들은 자기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자만이고 오만일 뿐이다. 수많은 제삼자가 냉정한 잣대에 따라 평가해주지 않은 이상 자신이 자신을 평가해서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예로부터 자기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그런 동물이었다. 그런 잘못된 본성을 고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남을 가르치려 하고, 잔소리부터 늘어놓으려고 하기 때문에 꼰대라느니 라떼라느니 그런 은어로 디스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자신이 살아왔던 경험 속에 갇히게 된다. 경험이 쌓이는 만큼 사물을 이해하는 폭은 다소 넓어지겠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틀렸다고 규정해 버린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기 어렵다. 칼럼이라는 지면을 빌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스스로 그런 꼰대가 돼 가는지, 그래서 라떼 타령을 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최소한 내가 대화하는 그들이 마음속으로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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