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개설 등 독립적 서비스
지역은행 자금 조달 어려움
중기 대출·재투자 축소 우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대형 정보통신기업(빅테크)에 계좌 개설을 할 수 있게 추진되자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로 서민보호와 재투자 등 은행의 공적 역할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금융권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 추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관석(더불어민주당·인천 남동구을) 의원이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빅테크 기업이 계정을 발급해 급여 이체, 신용카드 대금 결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지역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지역재투자 등 공적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은행 이용자가 비교적 간편한 계좌 개설과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리워드(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계좌를 개설해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지역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사회공헌사업 등 지역재투자 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은 지역재투자 제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광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 위원장은 "지역자금이 적정 수준 지역에 있어야 균형발전이 가능할 텐데, 안 그래도 악화일로인 지역자금 외부 유출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경남·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개 노조로 구성된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금법 개정은 각 시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도지사, 시장·군수 등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내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단순히 돈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산업을 키우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있는데, 전금법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19일 전금법 개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지역금융 공공성 악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미적용 △금산분리 원칙 훼손 등을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역금융은 지역경제 재투자 등을 통해 균형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금법 개정에 따라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지역자금을 잠식해 나가면 지역경제 내 서민금융과 금융약자 보호, 지역재투자 등 공적 역할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금융의 공공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나 고민도 없이 개정안을 성급히 통과시켜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또 빅테크 기업이 전금법 개정에 따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권한을 받으면서도 은행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각종 금융 규제에서 비켜 나가 불합리하다고 했다.

전금법 개정안이 개인정보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2월 전금법 개정 추진에 대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빅브러더' 법안이라며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용어로, 개인을 감시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전금법 개정안이 빅테크 기업의 금융실명제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적용을 면제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전금법이 개정되면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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