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발달장애인가활센터 강사
코로나 영향 색다른 소통 궁리
습관·일상 언어 담은 노랫말로

"걸음을 멈춰 잠시 주변을 봐요. 저기 꽃이 피어 있네요. 잠시 멈춰 편견들을 접어 함께 손을 잡아봐요. 그럼 보일 테죠. 우리 세상도 그대들과 같아."

발달장애인 6명이 모여 장애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래를 만들었다. 제목은 '함께 걸어요'. 느티나무창원시장애인부모회 부설 창원발달장애인가활센터에서 장애인식개선 보조강사로 일하는 김미영(31)·이창호(29)·문주화(24)·강보금(23)·남정우(19)·김창공(23) 씨 이야기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센터를 찾아 이들을 만났다. 처음 만났는데도, 낯가림 없는 환한 얼굴이었다.

장애인식개선 보조강사는 창원시 보조금을 지원받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다. 창원시내 각급 학교에 교육을 나갈 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강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서명운동, 홍보활동에도 참여한다.

2년째 활동 중인 미영 씨는 "제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분이 있었다"라며 "진심이 그 사람의 마음속에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지난 16일 장애인식 개선 홍보 노래를 부른 발달장애인 보조강사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남정우·이창호·김미영·강보금·문주화 씨. 김창공 씨는 이날 몸이 좋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이창우 기자
▲ 지난 16일 장애인식 개선 홍보 노래를 부른 발달장애인 보조강사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남정우·이창호·김미영·강보금·문주화 씨. 김창공 씨는 이날 몸이 좋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이창우 기자

올해 처음 보조강사로 합류한 주화 씨는 아직 강의에 나간 적은 없다. 그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앞서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했지만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장애인식 개선교육도 크게 위축됐다. 비장애인들과 소통하며 편견을 없애는 시간은 이들에게도 큰 즐거움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다른 방법을 궁리하다 나온 결과물이 노래였다. 강사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들을 모아 만든 노랫말에 음을 붙였다.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본다'는 가사는 창호 씨의 평소 습관에서 나왔다. '함께 걸어요'라는 곡 제목은 주화 씨가 직접 지었다.

강보금 씨는 "태어나서 처음 녹음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멋져 거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라며 "연습하는 매 순간이 재미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보조강사들이 노래를 녹음하는 과정은 유튜브 채널 '가활 TV'에 영상으로 올릴 예정이다.

센터에서 이뤄지는 이들의 활동은 '가활'에 중심을 둔다. 스웨덴에서는 일상화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색하다. '가활'은 '재활'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장애인의 '정상성 회복'을 지향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고유한 신체·정신적 특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오히려 이들의 사회 적응을 막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데 주력한다.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 편견을 없애거나, 픽토그램 팔찌를 보급해 장애인·비장애인 간의 소통을 돕는 식이다. 센터는 장애 관련 도서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일정한 교육 이수를 통해 장애인 접근성을 인증받는 '장애공감가게'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보조강사들은 편견이 없는 사회에서 각자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바리스타·제빵사·마라톤 선수·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각자가 그리는 꿈도 다양했다.

미영 씨가 강사들을 대표해 비장애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장애인을 꺼리고, 거리 두는 태도를 눈빛과 말투에서 읽을 때가 많습니다"라며 "우리도 여러분과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고,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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