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조시인협회 강연 열어
대중 무관심·신인 빈약 토로
문화 융합·수용의 자세 강조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21세기. 1000여 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정형시를 쓰고 읽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경남지역 내로라하는 시조시인들이 모여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7일 경남시조시인협회가 주최한 문학강연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복근(71) 시인은 "오죽 답답했으면 홈쇼핑에 나가 시조집을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겠느냐"며 "(시조가 놓인 안타까운 현실을 담은)시조를 어디 발표했는데 반응조차 없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우걸(75)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도 참석자를 살펴보며 "젊은 시조시인이 없다"며 "글을 잘 쓰는 신인을 배출하고 우리도 좋은 시, 남들과 다른 시를 쓰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문학관 2층 세미나실에서 '2021 경남시조 문학강연 및 시조낭송회'가 열렸다. 강연 주제는 '영상시대, 시조가 갈 길'이었다.

▲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에서 김복근 시인의 '영상시대, 시조가 갈 길'이라는 주제로 문학강연이 열렸다. /김민지 기자
▲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에서 김복근 시인의 '영상시대, 시조가 갈 길'이라는 주제로 문학강연이 열렸다. /김민지 기자

김 시인은 "강연 요청을 받고 주제를 '영상시대, 시조가 살 길'로 하고 싶었으나 시옷(ㅅ)을 기역(ㄱ)으로 바꾸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구술문화시대', '문자문화시대', '영상문화시대' 등을 설명하며 "현대는 문자문화와 영상문화가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시대는 이미지로 소통한다. 사람들은 짧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SNS에서부터 단체장 인사말, 교장 선생님 훈화, 결혼식 주례사까지 모두 짧다. 대중가요 제목도 1989년 7자에서 2014년 4월 기준 3.6자로 줄어들었다. 문학도 5장 수필, 5장 소설이 등장했다.

"카카오톡도 '네' 하고 이모티콘만 보낸다. 우리 세대는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에게 '버르장머리가 없다'라고 하면 꼰대가 된다."

김 시인은 "문자문화와 영상문화를 어떻게 융합해 미래의 작품활동에 활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수용의 자세를 강조하며 영상시대에 맞는 글쓰기를 당부했다. 이를테면 짧고 재미있고 깊이 있는 시조,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시조, 시대에 맞는 문체를 가진 시조, 이미지를 살려 쓰는 시조, 세련된 문체와 카피 같은 시조 등이다.

시조를 낭송하는 우영옥 시조시인(왼쪽)과 강연하는 김복근 시조시인. /김민지 기자
▲ 시조를 낭송하는 우영옥 시조시인(왼쪽)과 강연하는 김복근 시조시인. /김민지 기자

김 시인은 문자문화와 영상문화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그는 "영상문화 세대와 함께 생활하면서 쿨(cool)한 재미를 추구하는 새로운 시조시대"를 바랐다.

김 시인은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되 놓치지 말아야할 점도 잊지 않았다. 올바른 글쓰기와 "시조는 시조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시조는 시가 아닌 시조가 되어야 한다. 시와 시조의 다른 점이 형식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 제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시와 시조의 다른 점을 찾아내야 시조의 면목을 되찾을 수 있다."

한편 경남시조시인협회는 문학강연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시조집을 펴낸 12명의 시조집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2명 중 홍진기·백순금·제민숙·이동배·김승봉·이은정 시조시인이 참석했고 시조집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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