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보장위 도청 앞 투쟁 지속
실질적인 지원 대책 수립 요구
도 "소위원회로 대화 틀 유지"

41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도내 장애인단체가 경남도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남자립생활권리보장위원회가 농성을 시작한 지 4일째인 지난 17일 농성장을 찾았다. 이동식 탁자 2개와 의자 4개·거치형 팻말이 보였고, 계단 한편에 컵라면 등 비상식량을 올려뒀다. 이들은 3교대로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야간에는 의자 또는 휠체어에 앉아 잠을 청한다. 윤차원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장은 "바람을 피할 천막도 없다 보니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 14일 장애인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권리보장 쟁취투쟁 2차 결의대회를 열고, 도청 안에서 천막농성을 준비하려 했지만 진입할 수 없었다. 이들은 도청 정문 밖에 천막을 칠 테니 전동휠체어 충전을 위한 전기를 제공해달라고 도에 요구했지만, 다음날 오전까지만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위원회는 천막도 전기도 없이 맨몸으로 농성에 들어갔다.

◇5대 요구안 = 이들이 주장하는 자립생활 5대 요구안은 △장애인 자립생활 5개년 계획 수립 △경남 장애인 연수원 건립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도 자체 지원기준·지침 변경 △만 65세 이상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휠체어 리프트 장착 대형버스 대여 운영 등이다.

▲ 경남자립생활권리보장위원회가 지난 14일 밤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자립생활 5대 요구안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창우 기자
▲ 경남자립생활권리보장위원회가 지난 14일 밤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자립생활 5대 요구안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이창우 기자

생활이 통제되는 시설을 벗어나 원하는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과 살 수 있는 권리,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된 시설을 저렴하게 빌려 활동할 수 있는 권리, 날씨 좋은 날 단체로 멋진 관광지에 놀러 갈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기초 단위인 자립생활센터 지원을 형평성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지금은 인구 수와 상관없이 각 시군 1곳만 도비를 지원한다.

윤 회장은 5개년 계획 수립과 관련해 "지난해 경남도 자립생활지원조례가 급작스럽게 만들어졌을 때 당사자 단체와 조율이 전혀 없었다"라며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관해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조례에 자립생활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나와 있는데 구체적인 5개년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장 계획을 내놓으라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계획에 담을 내용과 들어갈 예산 등을 따져보자는 요구"라고 말했다.

◇소위원회, 집회 막는 수단인가 = 도는 2019년 5월 '경상남도 장애인복지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개정해 도청 장애인복지위원회에 소위원회를 뒀다. 공무원과 도내 여러 장애인단체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구다. 장애인단체가 정책을 제안하면 소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도 관계자는 이번 농성과 관련해 "지난 2일 소위원회를 열어 많은 장애인단체가 대안을 마련해 가는 상황"이라며 "한 단체만을 위해 별도 대화를 하게 된다면 소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의 틀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지난 2일과 9일에 열린 소위원회 회의록을 도에 요구했지만, 업무 과부하를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소위원회라는 대화 창구가 장애인단체의 정당한 집회를 막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 소위원회 합의 내용을 도가 합리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지도 알 수 없다"라며 "지난해 소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사안은 장애인단체들과 합의로 예산에 반영된 일이 있었던 반면,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은 예산에서 빠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기 전까지는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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