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지만 신규 투자 찔끔
경영보단 기업 처분만 집중
외국 자본 '기술 먹튀'닮은꼴

쌍용차가 또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12년 전 '악몽'이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이번 회생절차가 2009년 때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닥치면 회사를 처분하고 떠나는 글로벌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까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2009년 유가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영난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며 맞은 유동성 위기에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외부 요인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대주주가 쌍용차를 포기하는 점과 대주주의 경영 실패가 경영난을 불러왔다는 점은 2009년과 비슷하다.

2009년 1월 회생절차 개시 전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차는 자금난에 처한 쌍용차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된 인도 마힌드라 역시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새 투자자가 나오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며 대주주로서의 위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모두 위기에서 대주주의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쌍용차를 처분하려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1조 2000억 원을 쌍용차에 투자해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포하고 차량 30만 대 생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4년간 투자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연간 차량생산은 15만 대에서 9만 대로 뒷걸음질 쳤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차가 처음부터 기술만 빼 가고 철수하려는 먹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신차 개발비가 3000억 원임을 고려하면 상하이차가 1조 2000억 원 가치가 있는 신차 4대의 기술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당시 약속했던 신규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하이차 철수 당시 제기됐던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인수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흑자 전환이라는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했고 2차례 유상증자를 통한 1300억 원 투입 외 신차 개발 등의 지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쌍용차 흑자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2300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산업은행에 약속했지만, 3개월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2016년을 제외하고 쌍용차의 적자가 지속됐지만, 마힌드라가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투자는 물론 매각에도 나서지 않은 점을 보면 쌍용차의 미래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 없는 대주주의 무책임한 경영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마힌드라가 뭔가 가져가는 게 있으니 그냥 있는 것이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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