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협의 지지부진
법원, 회생 절차 개시 결정
미국 HAAH 투자 결정 관건
청산보단 존속 가능성 무게

법원이 15일 쌍용자동차의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손에 생사 여부를 맡기게 됐다.

쌍용차의 회생 여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미칠 여파가 큰 만큼 향후 회생 가능성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만 명의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법원이 쌍용차를 청산하기보다 공개 매각을 통해 새 인수 후보자를 찾고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사위원 보고서 관건 =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쌍용차에 대한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쌍용차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지 115일 만이자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이다.

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와의 투자 계약서는커녕 투자의향서(LOI)조차 제출하지 못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1일 쌍용차 채권자협의회 등에 회생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수순에 돌입했다.

통상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 쌍용자동차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10년 만에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연합뉴스
▲ 쌍용자동차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10년 만에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연합뉴스

법원은 일단 조사위원을 선임해 쌍용차의 재무 상태에 대한 정밀 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위원이 회생 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보고를 할 수도 있다. 기업 회생을 위한 1차 관문인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 규모가 3700억 원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쌍용차 파산으로 실업자 2만 명이 대거 양산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산보다는 존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통해 새 투자자를 확보하고 유상증자 등 투자계획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수 의향 업체 6∼7곳 =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상태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를 제외하면 현재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있는 업체들의 자금력이 미흡한 데다 인수 의지 등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이들 업체의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여전히 HAAH오토모티브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업체로, 수입차 유통 분야에서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듀크 헤일 회장이 창업주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면 1년에 12만∼13만 대를 생산, 판매해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영난으로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쌍용차는 같은 해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여기서 시작된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끝에 9년 만인 2018년에야 해고자 전원 복직으로 겨우 봉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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