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셔터 방화스크린으로 교체…안전교육에 중점 체험실 구축
아이는 병상에…병원비 부담 고통·치료 중 간병비 지원법 시급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7년. 참사 이후 사회 곳곳에서 안전을 강조해왔지만 학교에서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2019년 9월 30일 김해 영운초등학교 2학년생이 등교시간에 기기 오작동으로 철제 셔터에 목이 끼이는 사고가 났다. 1년 7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학생은 사지마비 상태로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회복은 더딘 상태다. 사고 이후 학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방화셔터, 철재에서 천으로 바뀌어 = "사고 이후 학부모들은 안전에 더 민감하시고, 저희도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난 14일 영운초교에서 만난 학교 관계자들은 사고 이후 변화를 말했다. 지난달에 부임한 김선희 교장은 "인터넷에 영운초 치면, 사고 기사가 먼저 뜨니까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학교는 지난해 2월 철제 방화셔터 15개를 모두 불에 타지 않는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바꿨다. 경남도교육청은 2019년 방화셔터 사고 이후 실태조사에서 도내 전 학교에 철제 셔터 3856개, 스크린 셔터 3488개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노후 방화셔터를 방화스크린으로 교체를 진행해 지난해까지 철제 셔터는 527개가 줄었고, 스크린 셔터는 1701개가 늘었다.

이날 당시 사고가 났던 곳에서 수동으로 방화 스크린을 작동해보니 천천히 스크린이 내려왔다. 중간에 작동을 멈추고 스크린을 들어보니 성인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였다. 기기 근처에 '화재 및 오동작 조치 요령'도 붙어 있었다. 작동을 위한 비상 열쇠를 투명 상자에 넣어서 위급할 때 교직원이 사용할 수 있게도 했다. 실제 화재가 나면 위치를 더 잘 알 수 있게 경광등도 달았다.

학교는 안전교육도 더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환주 교감은 "예전에는 안전교육을 할 때 불이 나면, 서둘러 운동장으로 대피해서 소화기로 불을 끄는 연습을 주로 했다"며 "사고 이후에는 실제로 화재가 나서 방화스크린이 내려올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를 강조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는 남은 교실 3곳에 안전체험실을 구축했다. 지진, 경량칸막이, 완강기, 심폐소생술, 지하철 화재 탈출, 교통안전 체험 등을 할 수 있게 꾸몄다. 도내에는 영운초교를 비롯해 초등학교 7개교·중학교 1개교에 안전체험교실이 있다.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치료 중 간병비 지원법은 언제쯤 = 학교는 일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사고를 당한 가족은 여전히 사고 이후 일상이 멈췄다.

사고가 없었다면 여느 학생들처럼 4학년이 됐을 아이는 지금은 서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뇌 손상을 크게 입어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병원에서 누워서 지낸다. 대화를 할 수 없고, 부모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아버지는 "사고 당일 아이가 방화셔터에 끼었다는 말만 들었는데, 어떤 상황인지도 몰랐고 이렇게 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들의 병원 생활이 길어지는 만큼 병원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간병비에 기저귀, 물티슈 등 각종 소모품까지 더하면 한 달에 500만 원가량이 들고, 여기에다 병원 치료비도 안전공제회에서 다 지원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버지는 "간병비, 소모품 비용을 제외하고도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병원비가 30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학교안전공제회에 청구하니까 700만∼800만 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교육청 등은 사고 난 해부터 지금까지 성금 모금 활동을 해서 4억 3000만 원가량을 모금해 학생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운초교 사고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간병비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영운초등학교는 철제 방화셔터 끼임 사고 후 방염천으로 만든 방화스크린으로 교체했고, 안전체험실을 만들어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도교육청은 현행법에 치료 중 간병비 지원에 대한 근거가 없어 지난해 6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육부에 법률 개정을 요구했었다.

지난해 12월 박찬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 갑)은 학교안전사고로 피공제자가 중증 상해를 입은 경우 치료 후뿐만 아니라 치료 중에도 간병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교육위원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경남지역 학교 안전사고 발생 건수(학교안전공제회 접수 건수 기준)는 2016년 6160건, 2017년 6239건, 2018년 6266건, 2019년 7659건, 2020년 3234건이다. 도교육청은 2019년에는 개인 실손보험과 학교안전공제회 중복 지급을 할 수 있게 돼 접수 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경남지역 학교안전사고로 장애나 사망 등으로 1000만 원 이상 보상받은 건수는 2018년 9건, 2019년 6건, 2020년 6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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