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영상만 두 차례. 이번에는 초록빛을 담고 싶었습니다. 김해 대청계곡 근처에 도시숲이 생겼다기에 인적이 드문 평일 오전에 들렀습니다.

도시숲에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나무숲을 관통하는 길도 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걸어도 부담 없는 경사였습니다. 물론 위에서 아래로 걸어도 좋습니다. 도시숲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널찍한 주차장도 있어 편의성도 갖췄더군요. 여러모로 도심을 벗어나 마음을 추스르기에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수집하기에는 다소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숲길과 맞닿은 도로가 있고, 근처에 공사하는 곳이 몇 군데 있어 이런저런 잡음이 잡혔습니다. 게다가 바람도 불지 않아 대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도 하나 나질 않았습니다. 초조해지더군요.

허탕이라고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바람이 불어 대나무를 간질였습니다. 비로소 대나무숲에 온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과장 좀 한다면, 짧은 순간 우주 중심에서 평화를 만끽한 기분이었습니다.

혼자 즐길 수 있나요. 그 순간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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