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용 푸른농산 대표 시 시랑

배종용(60) 거창 ㈜푸른농산 대표가 박순현(54) 시인의 시집 <그녀는 불통 중>(사진) 100권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선물해 화제다. 지역 문단에서 기업체 대표가 문인의 책을 대량으로 사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함양에서 태어나 하동에 사는 박 시인은 지난 2016년 <시에티카>로 등단해 2018년 첫 시집 <그녀는 불통 중>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박 시인이 오랫동안 문해교실 어르신과 결혼이주여성에게 글을 가르친 경험이 녹아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웃사랑'의 작은 실천으로 그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었다.

"한 날 교회에 가정폭력을 당해 눈에 상처를 입은 임산부가 왔다. 그때 사실 제가 많이 놀랐고 한국어를 잘 모르는 친구에게 작은 소통의 도구가 되고 싶어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이후 2009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한국어교육을 하는 지도사가 되면서 현재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이사 온 뒤, 우연히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친 뒤 글을 쓴 책을 보고 2010년부터 문해교실 어르신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다."

박 시인은 "어르신과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또 한 번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며 "박경리 소설 속에 나오는 21권의 이야기와 어르신들이 쓴 이야기의 무게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와 박 시인은 교회에서 인연을 맺었다. 최근 박 시인을 다시 만난 배 대표는 시집 출간 소식을 뒤늦게 알고 책을 구매했다.

배 대표는 "시집을 보고 직원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인은 "배 대표가 과거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고 마침 만나서 시집을 건네드렸는데 좋아했다"며 "저는 부끄럽기는 한데 그런 마음을 알아주신 분이 사주셔서 기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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