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모 모두 창작 기쁨 가득
그림 집중하며 사회성도 개선
창원 '문신 앤 셀라'서 25일까지

"이것 좀 봐줘요!"

지난 13일 오후 4시 25분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발달장애를 가진 한 학생이 갤러리 '문신 앤 셀라' 건물 안에서 한껏 들뜬 표정을 지으며 벽에 걸린 작품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물감을 손가락에 묻혀 종이 위에 찍거나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만든 그림 '시티'였다. 자신의 그림을 가리키며 "이거"라고 말하는 아이 얼굴에선 연신 웃음꽃이 터졌다. 이 모습을 본 부모도, 옆에 있던 다른 자녀 부모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바라봤다.

▲ '2021 예술로 날개'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 부모, 관계자들.  /최석환 기자
▲ '2021 예술로 날개'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 부모, 관계자들. /최석환 기자

비슷한 시각 전시장 구석에선 까만 마스크를 낀 또 다른 학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 앞에 서 있었다. 뿔테 안경에 교복을 입고 그림을 지그시 쳐다보던 그의 왼손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뒤이어 "사진 찍자"며 그림 앞에 서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을 듣곤 무표정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표정이 없었지만, 양손에 스마트폰을 잡고 사진을 찍던 어머니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했다. 단독 사진을 찍고 난 뒤엔 자녀와 작품 앞에 나란히 서서 이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날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그림이 차려진 전시가 창동예술촌 문신 앤 셀라에서 열리고 있다. 발달장애 예술문화지원 기획전 '2021 예술로 날개'전이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김지헌(21), 김종혁(14), 김태익(18), 박예은(23), 이주영(21), 이민(17), 송성빈(19) 이지용(20) 등 8명이 만든 작품이 벽면 곳곳에 나타난다. 전시 참여자들의 자화상을 비롯해 화면 안에 건물을 빼곡하게 채워놓은 작품 '인생 첫 작', 다리 위를 지나가는 기차를 표현한 '무궁화호와 교각', 수북이 쌓인 눈길 위로 지나가는 열차를 빚어낸 '눈 오는 날' 등이 걸려있다. 제목을 보기 전까진 형상을 알아보기 힘든 작품도 보이고, 큼지막한 사람을 그려놓고 그 안에 모바일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에 등장하는 귀신 이름을 적어놓은 그림도 드러난다. 이렇게 나온 그림은 모두 20여 점이다.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기획전에 작품을 내건 김태익(18) 씨는 "붓으로 채색해서 우주를 그렸다. 그림 그리는 데 며칠 걸렸다"면서 "그림이 걸리니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예은(23) 씨는 "자로 댄 다음에 유성펜으로 네모난 건물을 그렸다"며 "(내가 그린) 그림이 전시장에 나와서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기분이 좋은 건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시장을 찾은 공미해(57) 씨는 "우리 아들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전시가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일순(48) 씨는 "아이가 언어적인 문제가 있어서 말을 잘 못 하는 편인데, 그림을 그리면서 사회성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라며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해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 '2021 예술로 날개'전 출품작. /최석환 기자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설립한 날개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해 열리게 됐다. 조합이 이들을 위한 전시를 마련한 건 이번이 3번째다. 조합은 앞으로도 이런 전시를 계속 열 계획이다.

장영희 날개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를 다 나왔어도 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라도 우리 사회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우리 아이들이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까지. 문신 앤 셀라(055-222-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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