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정변으로 강제 해산 30년 만에 기초의원선거 부활
그동안 법률·제도 뒤따랐지만 분권 실현하기에는 권한 미약
독립성·권한 높이고 견제 강화, 의회 전문성·도덕성 문제 해결
내년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 성숙한 자치 환경 만들려 노력

1991년 4월 15일 지방의회가 부활했다. 오늘이 꼭 30년을 맞는 날이다. 논어에 나오는 표현인 이립(而立)은 30살의 다른 말로, '혼자 설 나이, 뜻을 확고히 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꺾인 지방자치제를 부활시킨 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이었다. 여전히 지방의 현실은 열악하고, 모든 권한과 자원이 중앙정부에, 그리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은 올해와 내년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자치분권 2.0 시대'의 원년이다. '지방의회 산증인'인 6선 기초의원 김종대(68·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과 오늘의 의미를 짚어본다.

▲ 김종대 창원시의원이 13일 창원시의회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종대 창원시의원이 13일 창원시의회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방의회는 우리동네 국회" = 김종대 의원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1년 38살 나이로 마산시의회 1대 의원에 당선됐다. 도내에는 또 다른 6선 의원이 있지만, 지방의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의원이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김 의원은 3선까지 연달아 마산시의원에 당선됐고,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줄곧 창원시의회 현역 의원이다. 6선인 김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다.

1975년부터 YMCA 활동을 한 김 의원은 강삼재 전 국회의원의 권유로 기초의원이 됐다. 김 의원이 제안을 받았을 땐,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고 자치단체장은 임명제로 전환된 시기라 시·군·구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를 때였다.

"'시의원이 뭐요?'라고 물으니, 지방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고요. YMCA 전국연맹 회장까지 지내면서 소외된 사람, 새로운 문화, 역사 바로세우기를 나름대로 고심하는 상황이었고 지역을 살피고 발전시키는 일이면 됐다고 생각해 도전했지요."

김종대 이름 석 자를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종을 흔들고 다니며 선거 운동을 했다. 재선 도전 때는 시민들이 '앙코르 김종대'를 외쳤다. 3선 때는 대적하겠다는 이가 없어 무투표 당선됐다.

"8년 휴식기를 가지고 마산·창원·진해시의 엉터리 통합 과정을 보고 다시 시의원에 도전했습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중앙 정당 정책에 휘둘려 생활 정치가 외면받고 있다 생각했지요. 고맙게도 시민들은 저의 4선 도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줬고, 현재 6선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민주당이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6선을 할 수 있느냐고요. 전 생활 정치 실현과 머슴 의식이라고 답합니다. 왜 광역의원에 도전하지 않냐고도 묻습니다. 저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고자 지역 사람과 밀착하겠다고 답합니다. 7선 시의원에 도전요? 당연히 합니다."

▲ 1991년 3월 26일 시행된 구·시·군의회의원선거 홍보 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장
▲ 1991년 3월 26일 시행된 구·시·군의회의원선거 홍보 포스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장

◇"30년 아닌 60년 역사 돌아봐야" = 지방자치 역사를 함께한 김 의원은 지난 30년을 '답보에 가까운 진보'라고 평가했다. 온전히 홀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지방정부 수준의 분권이 실현되려면 재정·사무 권한이 뒤따라야 하는데 여전히 중앙에서 움켜쥐고 놓지를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주민 스스로 지역에 애착을 두고 문화·역사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삶을 영위한 흔적이 쌓여 후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게 30년 소회를 물었더니, 지방의회가 부활하기까지 험난한 지난 60년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첫 지방의회 선거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치러졌다. 이후 1960년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마산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했고, 결국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4·19혁명 이후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등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지방자치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이듬해인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30여 년 동안이나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 헌법에 따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 1991년 3월 26일 전국 기초의회 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지난 30년 자치가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자 법률·제도가 마련됐지만, 주민 참여와 의회 역량 강화, 자치 입법권 확대 등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지방의회법 등 법률로 자치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급하고, 시민 자신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더 큰 책임 의식을 느끼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방자치의 역사 속에 마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자치분권을 논하면서 60년 역사를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고, 지방자치에서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30년 준비" = 지방의회는 지난 30년간 의원의 전문성 부족이 도마에 올랐고, 각종 이권과 청탁 사건이 잇따랐으며 최근 부동산 투기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1988년 제정된 이래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기초·광역의원의 전문성이나 사람됨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세요. 시민들의 우려가 틀린 게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지방의 국회의원'으로서 대접과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3선까지만 해도 시의원은 명예직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초의원 월급은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큰 사람들이 작은 그릇에 담기려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려면 지방의회 독립성·권한을 강화하고, 동시에 주민 참여로 의회 견제도 강화해야 합니다."

지방분권은 시대 흐름이다.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공포 1년 후인 2022년 1월 시행됨에 따라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은 올해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자치분권 2.0 시대의 원년이다. 자치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 자치분권 민주지도자회의 경남대표를 맡은 김 의원도 포부가 남다르다.

"경부울 메가시티는 진정한 지방자치제에는 반하지만, 중앙 집권에 맞서고자 하는 시대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목공사와 개발사업으로 중앙에 대적할 만큼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규모 안에서 주민 한명 한명이 조금 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특례시 역시 도시가 커졌는데 시민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6선으로서 지난 30년 역사와 결과에 책임을 느낍니다.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자치분권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