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자 방향성은 유지
현대미술 전반 담기 고민
해외교류전 등 경계 확장
개관 15년 역사 정리해야

'세계 최초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 '2020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2020 Asia Design Prize) 금상 수상 기관'.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 곳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밖에 없다. 건물 외벽에 도예작품 5000여 장이 붙어 있어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는 미술관, 최근 이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코로나 정국에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제4대 관장 자리에 오른 안규식(53·사진) 신임 관장은 부산에서 김해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그를 12일 김해 진례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안 관장은 "건축도자 방향성은 유지하되, 현대미술 전반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미술관의 방향성을 희석하지 않는 선에서 지역 미술계의 요구사항을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 안규식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이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석환 기자
▲ 안규식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이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최석환 기자

-취임한 지 2주 정도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지역 문화단체장이나 시 간부 공무원 등 여러분을 찾아서 인사드리면서 지냈다. 정신없었다. 아직도 인사를 못 드린 분이 많다."

-취임 이후 미술관의 콘텐츠 경계를 확장하겠다고 천명했다. 어떤 의미인가?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얘기다. 지역민들의 니즈를 채워야 한다. 건축도자뿐 아니라 융복합형 실험 전시, 해외교류전을 여는 방식으로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디지털 체험존도 만들고 싶다. 영상에 손짓을 하면 또 다른 영상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수동적으로 보는 전시가 아닌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겠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지역 미술인들은 자신이 조명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역미술 연구도 해야 하고 조명하는 일도 해야 한다. 지난 2006년에 미술관이 개관하고 15년간 미술사 기록이 잘 되지 않았다. 지역 미술의 역사를 잡아나가는, 만들어나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모두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것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가 될 거다."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하려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 클레이아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나가야 한다. 유사 미술관과 제도적·인적 교류를 확장하고 체계적으로 미술사 연구 시스템을 갖춰 나갈 거다. 임기가 2년이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시가 원하는 방향이 있을 테니 같이 협의해서 진행해나가겠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지난 2006년 개관했다. 지난 15년간 어떻게 운영돼 왔다고 평가하나.

"1, 2대 관장님은 말 그대로 건축 도자에 특화된 전문미술관을 지향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일반관람객 입장에선 현대미술의 다양한 트렌드를 볼 수 없었다. 3대 관장님은 10년 가까이 관장직을 맡으면서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술관이 친근한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도자 체험관이나 여러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지역 미술인 얘기도 청취하면서 위상을 올리는 데 역할을 많이 하셨다."

-일각에서는 건축도자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고 평가한다.

"시에서는 공공미술관이라는 점 때문에 현대미술 경향이 다양하고 고루 반영된 전시 요청을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하게 하자는 뜻에서 방향이 넓어진 까닭도 있을 거다. 지금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전시 중에선 건축도자와 관련없는 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건 왜 하느냐 할 수 있지만, 공공미술관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가 그렇다. 모두를 100% 만족시키기 어려운 부분이다. 종합미술관을 지향해나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자신을 지난 22년 동안 한 번도 미술관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앞선 관장들은 못했지만 '이건 꼭 해내겠다'라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계 전체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되다 보니 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가 잡힌다면 해외 교류전을 통해 작품도 가져오고 우리 지역작가들의 작품도 외국에 보여주는 일이 가능할 거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대미술은 개념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측면이 많다. 나도 현대미술이 어렵게 느껴질 정도다. 어떻든 발을 들여놓기 힘든 곳은 좋은 공공기관이 될 수 없다. 도슨트, 홍보물, 설명판, 스마트폰 QR코드 작품 설명 등 관람객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미술관에 만들어놓을 생각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다. 편하게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미술관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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