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비판, 높은 투표율로 나타나
달라지는 게 없다면 정치 외면 불 보듯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다."

4·7 재·보궐선거 총평 중 가장 간단하고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발언을 한 윤희숙(서울 서초구 갑) 의원의 이력은 잘 모르겠으나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언론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여당의 패배에 초점을 맞췄다.

성적표를 받아들고서야 민주당 내부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성은 "당헌·당규에 의하면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는데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그때가 첫 단추일까? 부동산 투기 의혹이라는 큰 사건이 촉매제가 됐지만, 민심은 한 번의 실수에 돌아서지 않았다. 권력을 쥐고 사익을 취하는 이들의 농단에 경악한 국민은 현 정부의 빈틈 많은 대안, 눈에 보이지 않는 청사진, 별반 다르지 않은 개혁에도 성장을 기대하고 지켜봐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인정한 대로 '비판에 귀를 막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생떼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때 평가가 이뤄졌고, 결과는 참패다. 더는 못봐주겠다는 경고다.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평일에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전국 55.5%, 경남 53%로 집계됐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은 적은 딱 한 번이다. 2014년 10·29 재보선은 61.4%를 기록했지만, 원래 투표율이 높은 지역인 경북 청송·예천의 기초의원 선거였다.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이 확고한 의사를 표에 담아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여당이 아깝게 진 선거가 아닌 완전히 패배한 득표율에서도 민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보수색이 뚜렷한 의령군수 재선거 최종 투표율은 무려 69.5%다. 재선거임에도 휴일에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 의령지역 투표율 79.7%보다 10.2%p 낮은 정도에 그친다.

민주당은 도내 6개 선거구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김정호 민주당 도당 위원장은 재보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경남 지역 선거를 통해 뿌리 깊은 보수당의 벽과 우리 당 역량의 한계를 확인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선거 때 이벤트나 공약만으로는 결코 떠나간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평소에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그 성과가 축적돼야 한다. 패배를 딛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보겠다"고 옷 매무새를 정리한다.

되레 이겼지만, 예뻐서 이긴 게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이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재보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도드라진 건 국민의힘 쪽이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정권심판론에 숨을 수 있었다면, 내년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의 능력과 후보 자질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1년 뒤 이를 선택해도, 저를 선택해도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투표율 자체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이겼으되, 다음 승자는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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