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북천면민 적극 참여
기념사업 추진위 설립도
문학관 "주민 참여 중요"

지난 10일 오후 하동 이병주문학관에 북천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날은 대하소설 <지리산>의 작가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학술세미나가 열리는 날. 오후 2시 30분에 시작인데 주민들은 1시간여 전부터 일찌감치 와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최영욱 관장은 직접 만든 황차를 주민에게 대접하며 "어서 오이소"라고 인사를 건넨다. 관장과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여느 문학관 학술세미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김상기 이명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니 당연히 와야지"라며 "하동이 문학의 수도고 더군다나 지역의 자랑거리인 이병주 선생의 학술세미나 아니냐"고 말한다.

주민들은 올해 이병주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북천면민 추진위원회'도 만들었다. 인원은 약 30명이다.

▲ 왼쪽 사진부터 이병주 문학 영호남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북천면 주민들. /김민지 기자
▲ 왼쪽 사진부터 이병주 문학 영호남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북천면 주민들. /김민지 기자

계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학큰잔치'다. 이병주기념사업회와 이병주문학관은 북천면민 100여 명을 초대해 이병주 작가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이라는 잔치를 거하게 열었다. 개관 이후 처음 열린 주민과 함께하는 잔치였다. 작품 낭송, 문학 강연, 이병주 선생 18번 부르기 경연 등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만진 북천면민 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최 관장이 온 뒤로 문학관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주민들도 이병주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무언가를 하자는 의견이 모였고 올해 초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학관 행사가 실린 <국제신문> 기사를 보고 부산지역 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이 후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힌 상태다.

최 관장은 관장직을 맡은 2015년부터 진효정 사무국장과 함께 지역민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주민들이 모르는 행사가 있으면 안 된다"라는 방침을 세우고 면장, 이장단에 초청장을 발송하고 카카오톡으로 문학관 행사를 알렸다.

최 관장은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행사는 의미가 없다"며 "관장이 아니라 선·후배로, 술친구로 주민에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진 사무국장은 "문학관이 하동에서 섬처럼 떨어진 곳에 있다"며 "그래서 문인들만 하는 행사보다는 주민, 독자가 함께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승하 중앙대 교수,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정찬영 동서대 교수. /김민지 기자
▲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승하 중앙대 교수,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정찬영 동서대 교수. /김민지 기자

이날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경남문인협회·전남문인협회·광주문인협회가 주관한 영호남 학술세미나는 매년 열리는 정기행사다.

박성천 광주일보 문화부장이자 소설가가 '이병주 문학의 시대성과 자장'을, 임종욱 소설가가 '단죄의 표상과 나르시시즘', 은미희 작가가 '소설·알렉산드라 속의 상징 읽기',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가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식'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박 문화부장은 "이병주가 '한국의 발자크'로 각인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가야 할 때"라며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에 소설을 발레, 드라마, 오페라 등으로 콘텐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주기념사업회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병주 문학선집'을 가을쯤 출간할 계획이다.

중·단편집 1권, 장편소설 9권, 에세이 2권 등 총 12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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