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먹거리 찾는 소비자 증가…유통업계 관련 상품 잇단 출시
축산업계 윤리적 사육도 확산…농가 "기반 조성 관심과 지원을"

동물들을 불행하지 않은 환경에서 길러 만든 동물복지 상품을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가치 소비(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소비)'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유통가에 동물복지 관련 상품 매출이 늘고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동물복지 상품 속속 출시 = 올해 경남지역 이마트 동물복지 달걀 매출(1월 1일∼4월 4일)은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물복지를 비롯한 안심 먹거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최근 업계에서도 동물복지 상품, 비건(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등의 수요를 잡기 위해 관련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항생제, 호르몬제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사료로 키운 생닭(토종닭 제외), 오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 함양군에 있는 산란계 동물복지 농가에서 닭들이 마당으로 나와 일광욕·흙찜질을 하고 있다. /청미래농장
▲ 함양군에 있는 산란계 동물복지 농가에서 닭들이 마당으로 나와 일광욕·흙찜질을 하고 있다. /청미래농장

롯데마트도 이달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과 동물복지 인증 닭고기로 만든 '귀리를 입힌 동물복지 치킨'을 출시했다. 이근호 롯데마트 MD는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선보였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고단백, 저열량 상품을 판매하는 '착한 상품 기획전'을 진행해 무항생제 닭가슴살, 안심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동물복지 달걀, 닭고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와 동물복지 농장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달걀, 고기 등 동물복지 상품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상품보다 30%가량 비싸다. 비싸지만 불행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육한 동물복지 상품을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가치 소비'가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영에 사는 ㄱ(28) 씨는 "축사 환경이 열악한 다큐멘터리 등을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었다"며 "깨끗한 먹거리를 먹고 최소한의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윤리 소비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복지 축산 농가 증가세 = 매년 동물복지 축산 농가는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2015년 74곳, 2016년 114곳, 2017년 145곳, 2018년 198곳, 2019년 262곳, 2020년 297곳으로 증가세다. 경남에는 16곳(산란계 10곳, 육계 4곳, 양돈 2곳)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농장 대비 동물복지 농장 수, 사육 마릿수를 살펴보면 산란계 농가는 총 936곳(7270만 마리)이며 이 중 17.9%인 168곳이 286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육계 농가는 총 1597곳(9483만 마리)이며 이 중 6.1%인 97곳에서 72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양돈 농가는 총 6078곳(1107만 마리)이며 이 중 0.3%인 19곳에서 5만 1346마리를 키우고 있다. 젖소 농가는 총 6160곳(40만 9805마리)으로 이 중 0.2%인 13곳에서 1345마리를 기르고 있다.

동물복지법에 따른 인증 기준은 △쾌적한 사육 밀도 △사육 마릿수에 맞는 먹이통과 물그릇, 횃대 보유 △적절한 일조량 제공 등 사육 환경 기준 준수 △가축에 질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생제,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 의약품 투여 금지 등이다.

함양군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청미래농장'은 축사 온도 조절 장치를 비롯한 어떤 인공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 계사 바닥에 부엽토(풀이나 나뭇잎 따위가 썩어서 된 흙)를 깔아둬 양계장 특유의 독한 냄새가 나지 않고, 닭의 건강에 좋다.

청미래농장 관계자는 "계사 밖 넓은 풀밭에서 낮에 일광욕, 흙 찜질을 할 수 있어 진드기 등 해충 피해도 없다"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더 건강하고 신선한 유정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창군 동물복지 양돈농장 '더불어행복한농장'은 생산성이 낮더라도 면적당 돼지 숫자를 절반가량으로 낮춰 기르고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방법인데 이 농장은 4500마리를 기를 수 있는 공간에 2500마리만 두고 있다.

김문조 대표는 "돼지들이 자기 습성대로 불편하지 않게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아기 돼지는 보통 출생 후 23∼24일 만에 어미와 분리되는데 우리 농장에서는 4주까지 어미와 교감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유독 소, 돼지 농가의 동물복지 비중이 적은 것은 기반 조성이 어려워서다. 김 대표는 "산란계가 아닌 소, 돼지 등 도축해야 하는 업종은 육성, 운송, 도축단계까지 동물복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인증을 받은 도축, 운송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소비자, 유통업계에서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축산업계의 동물복지 전환을 위해 각고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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