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범행
"택배 가지러 나가기 무서워"
상자 집주소 유출 막기 공유

창원시에서 사는 여성 김모(30) 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현관 잠금장치를 달았다. 대부분 택배는 비대면으로 받지만 우편 수령 서명이나 음식 배달비 지급을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 모녀 살인사건' 뉴스를 접한 후 택배 상자를 가지러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는 "나도 끔찍한 범죄에 노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무섭다"고 전했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세 명이 살해당한 일명 '세 모녀 살인사건' 범인이 범행 당일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씨와 같은 배달 서비스 이용자들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지난 9일 서울 한 아파트에 침입한 후 피해자와 두 딸을 살해한 김태현(25)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한 30대가 택배 기사 행세를 하며 혼자 집에 있던 초등학생을 인질로 삼고 부모에게 거액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배달 기사로 위장한 범죄가 잇따라 생기자 코로나19로 늘어난 택배·음식 등 배달 서비스 이용자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부 이모(29) 씨는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남편이 잠시 외출한 사이 배달원이 도착했는데 현관 안으로 음식을 주고 가더라"며 "배달원은 친절을 베푼 것인지 몰라도 아이들밖에 없는 집안에 갑자기 들어오니 깜짝 놀랐고 남편이 빨리 왔으면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 모녀 살인사건 조사 과정에서 범인 김 씨가 자신이 스토킹한 큰딸의 SNS에 올라온 '택배상자 사진'을 보고 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씨가 범행 당일 초인종을 눌렀을 때 집안에 있던 작은딸이 '물건을 놓고 가라'고 했으나, 그는 곧 집안에서 누군가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 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집안으로 돌진했다.

누리꾼들은 "가정용 파쇄기라도 들여야 하는 건가요. 택배뿐만 아니라 우편물도 위험하니까" "송장·우편물은 무조건 찢어서 종량제 봉투에 버렸는데 이젠 진짜 태워야 하겠어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는 택배상자 개인정보를 지우는 방법도 올라오고 있다. 가령 '아세톤이나 물파스를 이용하면 택배상자에 적힌 개인정보를 지울 수 있다'거나 '아예 파쇄기나 롤러 스탬프를 이용하는 게 확실하다'는 등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택배 수령인 이름을 남성으로 쓰기, 무인 택배함 이용하기, SNS 계정 비공개로 돌리기 등 스토킹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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