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야생동물 거래, 신종감염병 원인 중 하나
환경 파괴·기후위기 속에 동물 착취·학대 반대 확산
비거니즘은 결국 지구 사랑…코로나 경고 깊이 성찰
성장·발전보다 공존 중요…따뜻한 삶으로 전환 꿈꿔

10년 차 비건 생활자입니다. 글을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며, 내가 좋아하는 비건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필명은 김봄눈별(본명 김택균)입니다. 비건 생활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생각들을 10회에 걸쳐 담담하게 풀어가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두 눈을 통해 마음의 살갗에 스미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싶습니다. 꾸준하고 고요하게 스미고 싶습니다.

아침에 깨어나서 가장 먼저, 누구나 그러하듯이 눈을 뜬다. 커튼을 젖히면 새로운 날의 햇살이 온몸에 물밀듯이 내려앉는다. 따스하고 포근해질 때까지 두 눈을 감고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들숨, 그리고 날숨. 느릿느릿 쏟아지는 삶의 기쁨들. 일어설 수 있어서, 걸을 수 있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쌀 수 있어서,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어서, 같은 삶의 기쁨들 속에 둘러싸여 하루를 시작한다.

확실히 조금씩은 이렇게 달라지는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좀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멈췄고, 만남과 축제들이 사라지고서 성장과 팽창이라는 인류의 전력질주는 잠시 멎었다. 그러나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긴긴 위기의 상황들로 이어진다. 날마다 발표되는 확진자의 숫자로 하여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위험도를 가늠하고 오늘의 안녕을 기원하는 하루, 또 하루. 우리의 마음은 잠시 단단해졌다가도 다시 두려워지지만, 내려놓은 것도 많아졌으므로 조금은 한가로워지고 가벼워졌으며 고요해졌다.

코로나19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검증된 이야기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무차별적으로 전염됐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갔고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이윽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공포와 슬픔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대처는 무력감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백신과 치료제를 앞세워 희망을 꿈꾸는 시기에 도달했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견해다. 그때까지만 모두가 조심하고, 꾸준히 방역수칙을 준수하자는 마음이 모인 것도 머지않아 인간의 힘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여행과 축제와 만남과 이동을 자제하며, 마스크를 늘 착용한 채 손 소독을 열심히 하는 일관된 노력 또한 그와 같은 믿음과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다만, 나는 우리가 아주 중요한 문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19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날마다 수많은 숲이 사라져가는 시대, 어떤 식으로든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이 가져온 재앙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을 잡아서 식용으로 거래하는 행위 역시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지구의 혈관 하나를 싹둑 잘라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계를 머리로 이해하는 방식 이전, 지구와의 연결감을 가슴으로 느끼는 자연 일부로 돌아갈 수는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기후위기라는 현실 속에서도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흐름, 문명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을 벅차게 때로는 뜨겁게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들썽거리며 꿈틀대는 무언가가 저마다 가슴속에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와 운명을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최근에 많이 거론되고 있는 '비건(vegan)', '비거니즘(Veganism)' 역시 그러한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는 작은 창문이 아닐까 싶다.

▲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야생동물 거래 등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결국 세계를 아우르는 공포와 슬픔을 불러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야생동물 거래 등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결국 세계를 아우르는 공포와 슬픔을 불러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거니즘은 1944년 영국 도로시 왓슨과 도널드 왓슨 부부에 의해서 고안된 말이다. 말의 의미는 간결하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삶의 철학을 의미하며, 현대 문명이 동물의 착취 위에 세워졌음을 강조한다. 비거니즘은 어떤 형태로든 동물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방식을 반대한다. 나아가 인간과 환경 모두를 위해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방법을 개발하고 식습관에서도 동물에서 유래한 것들을 먹지 않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비거니즘이라는 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꽤 오랜 시간 비거니즘을 실천해오고 있었다.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물론 계란과 우유, 꿀 등도 포함한다. 잔혹한 동물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사지 않고, 원칙적으로 새 옷을 구입하지 않는 등 완벽할 수는 없어도 되도록 완전하게 지키려 노력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완벽한 실천은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리적 비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은 비거니즘과도 맞닿아 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공장식 축산업을 인수공통감염병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냉동육을 다루거나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도 수차례 보고됐다. 공장식 축산은 육식 수요를 감당하려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동시에 경제성을 고려한 과도한 밀집 사육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이 증가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환경 파괴와는 또 다른 부분으로, 인위적으로 고안한 폭력성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식습관 비건'이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는 인류가 겪는 희망적인 변화로 다가온다. 이는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확산과 기후위기 등의 전 인류적 문제들이 동물 착취와 학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건강만을 목적으로 '식습관 비건'을 시작했더라도 서서히 '윤리적 비건'으로서의 삶으로 변화해 나가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이 좀 더 퍼져 나간다면 고기를 생산하려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일도, 좀 더 질 좋은 고기를 위해 물이 고갈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 일도 느리지만 조금씩 멈출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포획하거나 거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시나브로 자연스레 비거니즘을 말하는 이유는, 또한 비거니즘이 들려오기 시작한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슴속의 울림이다. 단순히 알아야 하고 힘내서 직면해야 할 이슈로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게 알아차리게 된 감각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와 강력하게 연결돼 있고, 그 단단한 연결감을 통해 존재하고 있다. 지구와 태양계, 이 광활한 우주 일부분인 우리가 역시 그 일부분인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과 공생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이다.

즉,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어떤 경고를 전해주고 있는지 깊고 깊게 성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최첨단 기술을 통한 인류의 무궁한 성장과 발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극복'이라는 말보다 '전환'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러므로 나는 국난 극복이라는 말보다 삶의 전환이라는 말이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비거니즘은 극복을 위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전환을 위한 말이라고 할 때는 용기와 믿음과 사랑이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면' 하고 기도하게 된다. 이제,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기술보다 더 웃음 나고 더 기쁜 하루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시기이다. 마스크에 가려진 다정하기 짝이 없는 당신의 그 미소로부터, 우리 지구인들의 따뜻한 삶으로의 전환을 꿈꿔본다. 사부작이라도 좋을 저마다 사랑스러운 비거니즘을 통해.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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