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공연 중 13개 매진돼
장르 확장 관객 기대 부응
윤이상·강석희 선생 기려

통영국제음악제가 끝났다. '변화하는 현실'을 주제로 지난달 26일 개막 이후 10일간 대장정 끝에 지난 4일 폐막했다.

지난해 유례없는 코로나19로 음악제 취소 이후 2년 만에 열린 향연. 올해는 평균 좌석점유율 92%를 보였고, 20개 공연 중 13개 공연이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일상에 위로를 전하고자 전 공연의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또한 통영 내죽도수변공원과 미수해양공원 너른 야외광장에 300인치 스크린을 설치해 공연장 밖에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 통영국제음악제 폐막 공연.  /통영국제음악재단
▲ 통영국제음악제 폐막 공연. /통영국제음악재단

2021 통영국제음악제는 개막공연 협연자 변경,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부상으로 인한 공연 취소 등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외 음악가 참여 공백이 불가피했고, 비록 평년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입국자 방역수칙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면서 음악제 무대에 올랐다.

개막 공연은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의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린 연주자 김봄소리와 함께 열었다. 73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윤이상의 '서주와 추상',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김봄소리 협연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봄소리는 대체 협연자로 나서 더없는 기량을 선보였고 이후 리사이틀에서도 관객을 사로잡았다.

▲ 첼로 연주자 카이뮤 토마.  /통영국제음악재단
▲ 첼로 연주자 카이뮤 토마.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을 처음 찾은 첼리스트 카이뮤 토마는 열정적인 무대를 보이며 한국 관객과 성공적인 만남을 가졌다. 특히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파질 사이의 첼로 협주곡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아시아 초연 무대를 비롯해 앙코르 곡으로 선보인 마르케스의 단손 제2번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 잊은 채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장르 확장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디어 루나'는 관객들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나서고 배우 한예리 등이 출연해 인간이 나아가야 하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달의 변화와 흐름을 담아 표현했다. 이어 밴드 이날치의 멤버로 활동 중인 소리꾼 안이호가 선보인 '판 드라마: 야드'는 임채묵 작가의 소설을 판소리 드라마로 변주해 창조적 무대를 선사했다.

▲ 소리꾼 안이호.  /통영국제음악재단
▲ 소리꾼 안이호. /통영국제음악재단

또한 윤이상의 음악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가 이끈 이마주 공연도 인상적으로 남았다. 동서양의 예술적 심상을 소통의 테마로 삼아 윤이상의 '이마주'와 드뷔시의 '이마주'를 나란히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해 이목을 끌었다. 한국 현대음악계의 거장이자 윤이상의 제자였던 작곡가 강석희 선생을 기리는 공연도 이어졌다.

한편 독일문화원과 통영국제음악재단이 협업하며 7년간 진행한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는 새로운 기획을 약속하며 마지막 수상자를 선정하고 그간의 성과를 함께 나누었다.

▲ 발레리나 김주원.  /통영국제음악재단
▲ 발레리나 김주원. /통영국제음악재단

마지막 종착은 베토벤의 웃음과 모차르트의 눈물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향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8번과 모차르트 레퀴엠이 연주된 폐막 공연은 사샤 괴첼이 지휘를 맡았다.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파벨 콜가틴, 베이스 박종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대전시립합창단이 출연해 호흡했다. 관객들은 박수와 갈채를 스스로 자제하며, 코로나19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위로의 시간을 함께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늘 걷던 길을 걸을 수도, 길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며 "안팎으로 응원하고 지켜본 여러 사람들이 의미 있는 시도였음을 인정해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재단은 음악제 이후로도 기획공연을 이어간다. TIMF앙상블 마스터 시리즈: 체임버 심포니(5월 1일), 크론베르그 프렌즈 콰르텟(5월 16일), 일 포모도로 바로크 오케스트라(5월 23일) 등을 선보이며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내년 20살 생일을 맞는 통영국제음악제.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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