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친일" 철거 여론 비등
시-기념회 소송 끝 존치 결론
시민단체 2019년 단죄비 세워

남해에서 '제주 4·3 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동상 처리 문제가 다시금 제기되는 가운데 앞서 거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세워진 김백일 장군 동상을 두고서다.

논란은 지난 2011년 불거졌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는 그해 5월 김 장군이 한국전쟁 때 흥남 철수 과정에서 미군을 설득해 피란민 10만여 명을 군함에 태워 구출한 인물이라며 그를 추모하고자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상 철거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김백일이 2009년 발간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포함된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이유에서다. 이 보고서에는 일제 강점기 만주국 간도특설대원으로 활동하며 항일 무장 세력과 무고한 민중을 탄압한 그의 친일 행적이 담겼다.

▲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세워진 김백일 장군 동상(왼쪽)과 김백일친일행적단죄비.  /이동열 기자
▲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세워진 김백일 장군 동상(왼쪽)과 김백일친일행적단죄비. /이동열 기자

거제시의회도 나섰다. 시의회는 2011년 6월 '김백일 동상 철거 결의안'을 채택하고 "어느 누구든 구국의 땅 거제에서 확고한 역사관과 국가관을 해치는 동상 설치 등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거제시가 동상 건립을 승인하면서 행정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경남도 문화재 자료(제99호)로 지정된 곳이다.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 영향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시가 이 과정 없이 일을 진행해 경남도가 원상 복구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시가 흥남철수기념사업회에 조치를 요구한 데 이어 동상 철거 행정대집행을 계고하자 기념사업회 측이 2011년 8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5월 1심 재판부는 기념사업회 손을 들어줬고, 상급 법원이 항소와 상고를 기각하면서 2013년 9월 동상은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한편, 시민단체는 2019년 3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백일 동상 옆에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든 '김백일친일행적단죄비'를 세웠다. 이 단죄비는 높이 3m로 비 표면에는 건립 취지문과 참여 단체 명단·친일 행적 등을 새겼다. 동상 철거 활동을 기록한 백서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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