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캠프 점차 장기화
교육생 무분별 모집 탓
운영 질 하락·관리 허술

지금은 하동을 떠난 김봉곤 훈장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인성·예절교육을 위한 하동 서당이 각광받았다. 지자체는 인구 증가 효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도움을 받았다. 폐교 위기였던 인근 학교에도 학생이 유입됐다. 지난 2015년 하동군수는 김 훈장을 하동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단기 캠프로 시작한 서당은 차츰 장기 기숙형 서당으로 바뀌었고, 상업 경쟁을 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월 100만 원 안팎 비용을 내고, 서당에서 숙식하고 서당 차량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하동 서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숙형 서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도 15~20년 전부터 기숙형 서당이 하나둘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숙형 서당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 등에서 서당이 법을 악용했다고 하는데, 원래 서당이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집 부속건물을 활용해서 운영해 왔다"며 "예전에는 서당이 20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7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13년 '지리산 묵계 청학동의 형성과정'에 관한 석사 논문을 썼던 풍교헌 서당을 운영하는 강동의 훈장은 "1990년대 후반에 하동 청학동 단기캠프가 시작됐고,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숙형 서당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숙형 서당을 운영하다가 코로나 등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강 훈장은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를 살린 방법 중 하나가 서당 학생 유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창 맞벌이 부모가 아이들 게임 중독 문제, 보살핌이 어려운 문제 등으로 서당에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에서 서당 운영 방식이 세 가지로 변했다고 언급했다. 첫째, 100~500명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수련원으로, 초·중·고교 교육단체를 대상으로 1박2일, 2박3일 등 현장 체험학습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 도시 아이들이 묵계·청암지역 학교로 전학 와서 서당에서 1년 이상 기숙하며 교육을 받는 장기 기숙형 서당이다. 최근 문제가 된 서당 형태다. 셋째, 기숙형 서당에서 중·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당이다. 그는 논문에서 "장기 기숙형 서당이 생기게 된 배경은 방학이나 기타 단기 예절캠프 위주 서당 교육이 체험 수준에 머물고, 실질적으로 아이들 인성을 바꿔줄 수 있는, 교육 효과가 적은 것에 대해 새로운 방안으로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 "장기 기숙형 서당으로 학교가 폐교 위기를 벗어나 존속하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서당 운영목적이 지나치게 영리에 치중한 몇몇 서당에서 선별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교육생을 많이 모집해 교육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 훈장은 "서당 운영으로 아이들한테 피해가 가면 서당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여건, 자격이 안 되면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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