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언덕 900평 넘게 벌목
55년 이상 소나무도 잘라 말썽
환경단체 "기후위기 대응 역행"
군 "화재예방 위해 잡목 벤 것"

함양군이 식목일을 앞두고 용유담 주변 숲을 벌목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용유담은 마천면과 휴천면 경계의 송정리에 있는 계곡 내 호수다. 예로부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장관으로 널리 알려져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특히 2011년 12월 문화재청이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학술 가치가 충분하다며 명승 지정을 예고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리산댐을 건설하려는 계획과 맞물려 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함양군이 최근 이런 용유담과 도로변 언덕 숲을 벌목하면서 군의 용유담 보존 의지를 의심받은 것.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5일 식목일을 맞아 논평을 내고 최근 함양군의 용유담 숲 벌목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지리산사람들은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로서만 아니라 이미 있는 나무와 숲의 소중함도 함께 되새겨보는 날이 돼야 하는데 지난 1일 용유담 답사 과정에서 숲이 900평 넘게 벌목된 현장을 발견했다"며 "이 뜻깊은 식목일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 함양군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지정예고까지 받은 적이 있는 용유담 도로변 언덕 약 900평 규모 숲을 훼손해 비판을 받고 있다. 작은 사진을 보면 벌목 전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었던 점을 알 수 있다. /지리산사람들
▲ 함양군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지정예고까지 받은 적이 있는 용유담 도로변 언덕 약 900평 규모 숲을 훼손해 비판을 받고 있다. 작은 사진을 보면 벌목 전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었던 점을 알 수 있다. /지리산사람들

현장 확인 결과 55년 이상 된 소나무를 비롯해 35년 이상 된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포함돼 군에서 주장하는 잡목 정리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변을 살펴본 결과 벌목은 1차로 지난 2월에 그리고 3월 말에 2차로 진행된 것 같다"며 "함양군은 공공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라고 말했다는데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할 지자체가 숲을 훼손하고 나서 공공성과 안정성을 운운하는 것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한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리산사람들은 "그간 함양군은 군민 반대에도 오도재 주변의 자연 숲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단풍나무를 심었으며,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상림 주변의 자연림을 밀어버리고 꽃동산을 만드는 등의 이른바 개발공사를 했다"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 다양성 증진 등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녹지정책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번 용유담 숲 벌목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숲 벌목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재발 방지대책 마련 △녹지정책 전면 재검토 등을 함양군에 요구했다.

이어 "지리산댐 계획은 2018년 9월 백지화됐다"며 "함양군과 문화재청은 용유담 명승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함양군 관계자는 "이번에 제거한 나무는 하천 내에 있는 잡목으로 쓰레기 불법 투기 예방과 함께 투기된 쓰레기에 담뱃불 등으로 말미암아 화재 발생 시 인근 야산으로 확대될 우려는 물론 하천과 도로 경관도 좋지 않아 공익적 판단으로 잡목을 제거했다"며 "잡목 제거 후 용유담 주변이 한결 깨끗해져 좋다고 하는 주민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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