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 분석·관리 역량 바탕 직접 투자 늘리고 수익 다각화
거점-위성점포 연계 체계 구축 고품격 여신·상담 서비스 제공
ESG 경영·지역과의 공생 강화 임기 내 미래 발전 방향성 설정

지역은행 경남은행은 편리함을 앞세운 대형정보통신기업(빅테크)과 금융·기술업체(핀테크)의 시장 진출로 위협받는 금융권의 위기를 극복할 어떤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

최홍영(58) BNK경남은행 신임 행장을 지난 2일 만나 구상을 들어봤다. 최 행장은 전날 14대 행장으로 취임했다.

최 행장은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금융 시장 진출로 기존 은행은 불안한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우리(은행)는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어서다"라며 "특히 지역은행은 위기라고 하는데, 반대로 기회라고도 본다. 임기 내 경남은행의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은행이 나아갈 방향과 구상에 대해 막힘없이 말했다. 최 행장은 "후보 선정 과정에서 주제 발표 때 당당하게 구상을 밝히고 했지만, 막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고 나서는 밤마다 잠을 못 잤다"며 "그러다 취임 전후로 조금씩 차분해지면서 그동안 구상이 차츰 정리되고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동시 강화 = 경남은행은 시대적 필수 과제인 온라인 분야 강화와 더불어 지역은행만의 장점을 갖춘 오프라인 분야를 개선할 계획이다.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카카오나 네이버, 토스, 뱅크샐러드 등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도 한계가 있다. 위험·불확실성(리스크) 분석·관리 능력을 갖춘 은행으로부터 매우 세부적인 전문 상담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

최 행장은 은행의 여신 업무가 인공지능(AI) 발달과 더불어 점점 온라인 플랫폼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은행 창구의 비효율적 문제를 진단했다. 일반 창구는 이용자가 점점 줄어드는데,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상담·대출 창구는 건마다 처리 시간이 길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현장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점포 개선을 위한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을 강조했다. 중심축(Hub)과 살(Spoke)이 이어진 바퀴처럼 '거점-위성 은행 점포'를 구축해 전문·효율적 협업과 연계 영업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 최홍영 BNK경남은행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남은행
▲ 최홍영 BNK경남은행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남은행

이를 개선하고자 전문 인력을 갖춘 거점 점포와 일률적인 일반-상담-대출 창구 형식에서 벗어나 인력과 창구를 효율화한 위성 점포로 개편할 계획이다. 거점 점포 전문 인력은 도움이 필요한 위성 점포에 다니며 고도화한 상담·여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상품 판매 때 금융사 책임을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거점-위성 점포 체계 '하드웨어'는 갖춰졌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작동시키겠다는 게 최 행장의 목표다.

◇성장 다변화 투자은행으로 = 최 행장은 기업금융 투자은행(IB)도 강조했다. 투자은행은 기업을 위해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주거나, 자본구조 재조정 등으로 직접 투자를 통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최 행장은 기업의 위험·불확실성(리스크)을 철저히 분석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다며, "IB는 현재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추진은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최 행장은 "은행은 예금과 대출 마진으로 먹고살았다. 과거 3∼4% 마진이었다면 현재는 1.8%를 넘기기 어렵다. 이런 상태로는 더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그 핵심이 투자금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을 갖추거나 전도유망한 기업에 지분 투자 등으로 비이자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을 5 대 5 정도로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행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의지도 밝혔다. 그는 "지구온난화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는 환경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은행인 만큼 경남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사회공헌사업은 기존의 단순한 공헌 정도에서 벗어나 지역과 주민의 공익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하고자 다각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행장은 조직의 혁신과 도전을 주문했다. 은행장 직속으로 태스크포스 형식의 'BNK 상상 연구실(Lab)'을 신설해 직원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장려하고 반영하겠다고 했다.

최 행장은 "금융 환경 변화는 주기가 없다. 예측하기 어렵다. 조직의 변화를 핵심 가치로 두고 기반을 다지고, 직원에게는 희망을 안겨 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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