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반대 앞장 고 유한숙 씨...부인·아들 최근 잇달아 숨져
모두 다 지병 돌볼 틈도 없이 한전 상대 보상 소송 매달려

2013년 밀양송전탑 건설과정에 피해 우려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유한숙(당시 74세) 씨의 부인과 장남이 최근 잇달아 사망했다.

지난 16일 별세한 부인은 김영선 씨로 향년 77세, 6일 뒤인 22일 별세한 장남은 유동환 씨로 향년 53세.

유족인 유선화(50) 씨는 "두 분 모두 평소 신부전증을 앓고 계셨다"라고 전했다.

이들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고정마을 입구에 있는 이들의 양돈장 '동대축산'이 입은 피해가 밀양송전탑과 연결돼 있고, 생전에 끝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마을 이상철 이장은 "송전탑 때문에 한 가정이 완전히 무너졌다"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지난 35년간 일군 양돈장은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공사 제5공구 119호 철탑으로부터 약 350m, 하부 삭도장으로부터 약 130m 떨어져 있다.

유한숙 씨 사후인 2015년 8월에 이들과 한국전력은 '가축피해보상 감정 의뢰·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쌍방은 가축피해보상 감정결과를 상호 존중하며, 가축피해보상을 위해 성실히 협의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 밀양송전탑 사태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막으려다 경찰에 의해 길 밖으로 끌려나간 후 경찰에 2중 3중으로 포위 당한 밀양 주민들. /경남도민일보DB
▲ 밀양송전탑 사태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막으려다 경찰에 의해 길 밖으로 끌려나간 후 경찰에 2중 3중으로 포위 당한 밀양 주민들. /경남도민일보DB

같은 해 11월 ㄱ 감정기관이 피해액을 약 7억 6800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한전 측은 객관적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산정을 요청하며 보상을 미뤘다. 보상 협의는 진척 없이 2년이 흘렀고, 고 유동환 씨는 2018년 1월에 한전을 상대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한전이 감정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감정 기초 자료에 오류가 인정돼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도 기각 판결을 내렸다.

유선화 씨는 "2·3심은 감정서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감정가 전액을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 농가 피해와 손해배상 책임은 유효하다"며 "오빠가 재감정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한전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한전 측이 손해배상 채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협의에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동환 씨에게 소송금액 4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소송결과 판결에 따른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잇달아 발생한 죽음. 유선화 씨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와 오빠에게 소송 포기하자고 했었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그런데 한전이 너무한 것 아니냐? 합의서까지 써놓고 시효가 다 됐다고 하고, 소송금액까지 요구하고. 그래서 남은 재판을 준비하기로 했다."

유동환 씨는 사망 전에 "지난 약정금 청구 소송 판결은 한전이 피해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한전 본사가 있는 광주지방법원에 '피해금액 재산정 및 보상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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