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수정체로 갈아끼우는 방식…기술 발전했지만 만능은 아냐
어두운 곳서 침침함 등 부작용…불만족해도 되돌릴 방법 없어
40∼50대에 수술은 너무 일러…자연 수정체 최대한 유지해야

나이가 들면 자연히 시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잘 보이던 신문지의 글자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흐릿해지고 억지로 인상 쓰며 보려니 머리도 지끈거린다. 시력이 떨어진 것은 단순히 수정체가 딱딱해져 생기는 노안 때문은 아니다. 각막에서부터 수정체, 시신경, 뇌에 이르기까지 시력과 관련한 부분의 노화로 생기는 현상이다. 수정체는 멀쩡해도 시신경 노화가 일찍 와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나이가 들면 대부분 수정체부터 굳어지면서 노안이 생긴다.

요즘 노안 수술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수술한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정상적인 시력이었을 때와 비교하기 때문인데, 아무리 좋은 기술로 인공수정체를 만든다고 해도 원래 자기의 수정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조금만 노안이 와도 수술을 하려고 할까. 창원 파티마안과 정지원 원장을 만나 노안 수술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 창원파티마안과 정지원 원장이 노안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창원파티마안과 정지원 원장이 노안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눈의 노화 과정부터 짚어볼까요.

"눈의 노화 과정은 눈 전체가 늙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눈의 첫 기능은 보는 거잖아요. 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면, 앞에서부터 각막, 검은 동자가 볼록렌즈 역할을 하고 그다음, 안에 들어있는 수정체가 또 볼록렌즈 역할을 하고 이 두 가지가 빛이 들어오는 것을 모아줘서 망막이라는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에 상이 맺히면 이 정보들이 시신경을 타고 뇌까지 전달되고 뇌에서 이게 뭐다, 판단하는 거죠. 이 모든 게 다 노화한다는 거죠. 흔히 우리가 노안이라고 하는 말은 이 중에서도 수정체 기능을 떼어내어 노안이라고 합니다."

-노안 수술에 관해 설명해주시죠.

"검은 동자, 각막을 깎아서 시력을 회복하자는 게 처음 나온 라식 수술이죠. 노안 라식은 아직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어요. 요즘 다초점 안경을 끼잖아요. 그거를 각막에 접목한 거예요. 검은 동자에 초점을 여러 개 놓는 거죠. 화살 과녁처럼 구역을 만들어 가까이, 멀리, 중간쯤 보는 초점을 여러 개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뇌에서 선택적으로 봐요. 가까이 있는 걸 보면 멀리 있는 게 아웃포커싱돼 흐리게 되죠. 반대로 멀리 있는 걸 보면 가까이 있는 게 흐리게 되고요. 이 기능을 뇌가 하는 거예요. 수술한 눈으로 보면 상이 항상 동시에 맺혀요. 멀리 있는 것, 가까이 있는 것, 중간에 있는 것. 이걸 뇌가 선택하는 거죠. 그걸 이용해 만든 게 최근의 노안 수술이에요."

-요즘은 노안 라식을 별로 안 한다면서요?

"노화 중에 뇌 노화가 있다, 그랬죠? 뇌의 선택 기능이 떨어지면 어떻겠어요? 수술하고도 식겁하는 거예요. 이러면 항상 어지럽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죠. 이런 모든 프로세싱을 포함한 게 노안 수술이거든요. 그래서 쉽게 다가갈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수정체인데 그 답을 각막에서 찾으려 하니 실패한 거죠. 20년 전부터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각막에 핀홀(pin hole)이라는 것을 넣어서 하는 수술방법도 있었고요. 요즘은 거의 안 합니다. 5% 미만입니다."

-노안 수술을 해야 하는 적기는 어떤 상황일 때일까요?

"최근 들어서는 백내장이 없는 노안이 문제잖아요. 40~50대엔 백내장이 거의 없어요. 또 백내장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하는 것도 아녜요. 어차피 내가 가지고 있는 수정체보다 좋은 건 없잖아요. 인공수정체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과 내 수정체를 비교해 봤을 때 내 수정체가 더 나빠졌다고 생각될 때가 수술할 시점이라는 거죠. 바꿔 넣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느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타이밍이 수술 시점입니다."

-원장님께선 노안 수술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는 40대 후반만 되어도 이 수술을 권유하는 안과 의원이 많아요. 수술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공수정체가 너무 좋아, 과학자들이 너무 잘 만들어놨어, 완벽해' 하는 거예요. 하지만 40대에 노안이 왔다고 해도 조절력이 0은 아녜요. 남아있거든요.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끄집어낸다는 게 문제가 되는 거죠.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많이 발달한 건 맞지만 수술 전 환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거죠. 환자들은 수술하고 나면 어떤 상황일지 잘 모르고 하잖아요. 인공수정체는 관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거죠."

▲ 수정체가 장착된 안구 모형. 안쪽 오목렌즈가 수정체다. /정현수 기자
▲ 수정체가 장착된 안구 모형. 안쪽 오목렌즈가 수정체다. /정현수 기자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외부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원거리, 중간 거리, 근거리로 나누어서 신경에 맺히게 하는 겁니다. 좋은 점이라면 세 군데 거리에서 모두 잘 보인다는 점이지만 단점으로는 빛을 쪼개서 쓰기 때문에 빛 효율성이 떨어져 흐리고 침침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면 수술 전에는 먼 거리를 볼 때 빛의 90% 정도를 쓴다면 수술 후에는 50%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거죠. 밝은 곳에서는 어느 정도 괜찮으나 어두운 곳에 가면 덜 보이게 되는 겁니다."

-원장님 설명을 듣고 보면 인공수정체가 만능인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노안 수술을 그렇게 많이 하는 거죠?

"다초점 인공수정체면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긴 하지만 백내장이 오기 전 노안일 때와 비교하면 시력의 질은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노안 수술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예요. 핵심은 백내장이 없는 노안 수술 과연 해야 하나, 이거예요. 지금 너무 많이 하고 있어요.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왜냐면, 노안 수술 기술이 향상되었다는 믿음도 있겠지만 실비보험과도 무관하지 않아요."

-다른 의료 분야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안과에도 브로커들이 많다면서요? 환자들이 조심해야겠어요. 노안 수술을 하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을까요?

"노안 수술은 하고 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기에 정말 신중해야 해요. 임플란트와 달리 노안 수술은 수술 직후부터 불만(컴플레인)이 나오게 되어있어요. 수술을 안 해도 될지는 실제로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욕심이 화를 부르죠. 돋보기 쓰기 싫다고 수술해버리면 결국 후회하는 거죠. 환자들도 똑똑한 소비자가 돼야죠. 수술을 위한 기준을 정하려면 일단 세 군데 정도 가보면 좋겠죠. 하는 말이 조금씩 다를 텐데, 그중에 가장 신뢰가 가는 말을 믿어야겠죠. 그리고 의사 말을 믿어야지 상담사 말을 믿으면 안 돼요. 센터나 노안 수술을 많이 하는 데 가보면 상담사가 많이 이야기하거든요. 상담사의 좋은 기능도 있지만, 금액, 렌즈의 장단점에 관한 거라면 몰라도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 임상적인 것은 의사에게 직접 들어야 하죠."

-수술 안 하고 노안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실제로 600만 불의 사나이의 눈 같은 슈퍼렌즈가 개발되고 있어요. 렌즈에 디지털 심이 들어가 있어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거죠. 그런 게 개발되고 있어요. 백내장만 아니면 노안이나 고도근시인 사람에게 도움이 되죠. 약물로 치료할 방법도 개발하고 있고, 인공수정체도 조절성 수정체를 개발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직 시간이 걸리겠죠."

인터뷰가 끝이 날 때쯤 정 원장은 한 마디 덧붙였다.

"멀리 있는 게 보이는데 가까이 있는 게 안 보인다고 수술하지 말자는 거죠. 둘 다 안 보일 때 고민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