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인류학·사회학·철학 등
제각기 전공 기초로 담론 풀어내
비대해진 산업 비판적 관점 제시

가축을 키우는 사람, 반려묘와 동거하는 사람, 버려진 동물을 돌보는 사람, 동물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

인문잡지 한편 4호 <동물>은 시대 변화 속 동물과 사람의 관계 변화를 주목한다. 과거 동물의 '주인'으로 불렸던 사람들은 오늘날 '집사'로 불리기를 자청하기도 한다.

수의사 최태규를 비롯해 인류학자 전의령, 사회학자 전윤정, 현대 프랑스 철학 연구자 김은주, 한문학 연구자 심경호는 각자의 전공을 기초로 동물 담론을 풀어낸다.

이 밖에 해양쓰레기 연구자 김지혜, 조류번식 생태연구자 정진우, 화가 이상훈,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업무 담당자 이소영, 서울시 공공급식위원회 위원장 윤병선은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동물들의 세계를 비춘다.

동물의 안락사는 어떤가. 동물의 '고통'을 주요하게 고려하는 주류 동물복지학의 관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다. 수의사 최태규에 따르면 살아서 고통 받는 상황에 놓여 있는 동물이라면 안락사 시키는 것이 인도적이라고 본다. 죽은 동물 앞에서 오히려 안도하는 수의사의 고백은 아프다.

"어느 정도의 삶의 질이 주어져야 갇혀 있어도 살 만한 삶일까? (중략) 나는 동물의 죽음에 안도한다. 약물로, 수술로 낫게 하려 애쓰다가도 죽어 버리고 난 사체 앞에 서면 이제 됐다는 마음이 든다. 죽음은 두려움에 떨고 좁은 철장 안에서 서성여야 하는 매일이 끝났다는 뜻이다."

또한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반려문화와 반려산업의 상호의존성을 비판적 관점으로 살펴보는 시각도 주목할 만하다.

어느덧 애완을 대체하는 단어로 반려가 등장했다. 인류학자 전의령에 따르면 애완보다 반려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이자 인간과 동물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한 윤리적 명령으로 표현된다. 나아가 애정·친밀감·돌봄 등 감정의 정치경제 측면에서 반려문화는 반려산업과 비례해 발전했다. 지표로 확인하면 더 구체적이다. 반려산업 규모는 2025년 5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해 8월 한 마을 주택 지붕 위 소가 구조되는 모습. 인문잡지 <동물>에서는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며1960년대 홍수 때 지붕 위 소와 오늘날 살아남은 소의 최후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 지난해 8월 한 마을 주택 지붕 위 소가 구조되는 모습. 인문잡지 <동물>에서는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며1960년대 홍수 때 지붕 위 소와 오늘날 살아남은 소의 최후는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지붕 위로 올라간 소 모습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물론 과거 1960년대 홍수 때도 지붕 위에 올라간 소는 많았다. 하지만 살아남은 소의 최후는 과거와 오늘날 확연히 다르다. 대안 농식품 연구자 윤병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전에는 외양간으로 돌아오는 소는 여물로 원기를 회복하고 논밭을 오가며 일상을 회복했다면, 작년 구출된 소 중에 한 마리는 축사로 돌아온 후 곧장 도축되어 국밥용 고기로 팔려 나갔다."

공장식 축산은 사회경제적 관점이나 생태적 측면에서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새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생태연구자 정진우 글을 읽으면 이동 반경이 넓은 동물인 새의 서식지와 인간이 손아귀에 쥔 채 놓지 않으려는 부동산은 같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겹친다. 약탈자 인간의 모습,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민음사. 211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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