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으로 나타나 방치하기 십상
대부분 수술로 완치 가능하지만
흑색종은 전이 빈도 높아 위험
햇볕 아래 나간다면 모자 쓰고
자외선차단제 2시간마다 발라야

얼마 전 몽골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다리가 퉁퉁 붓고 온통 두꺼비 등처럼 생긴 물집이 번져 있는 피부 사진을 받았다.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등산을 하다가 살짝 상처 난 것을 예사로 여기고 내버려 뒀더니 불과 3~4개월 만에 그렇게 변해버렸다고 했다. 지금껏 내가 겪은 피부 이상과는 차원이 다른 증상이어서 관심이 갔다. 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연고로 막을 일 수술로도 막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겠다 싶기도 하다. 어떤 피부 문제가 피부암으로 발전하는지, 초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치료와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창원경상국립대병원 피부과 정의창 교수를 만나 물어보았다.

▲ 창원경상국립대병원 피부과 정의창 교수가 피부암 종류와 치료·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창원경상국립대병원 피부과 정의창 교수가 피부암 종류와 치료·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피부암이 많이 있는 편인가요?

"우선 몽골의 지인께서 다리에 그런 피부질환이 있는 것에 유감입니다. 피부는 우리 몸을 지키고 보호하는 1차 방어선이기에 피부에 손상이 있을 때,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뿐만 아니라 우리 몸 내부에도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피부암도 다른 장기에 있는 암들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 피부암은 수술이나 간단한 시술로 치료되지만, 일부 피부암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전이도 되고, 항암치료 등을 포함해서 여러 치료를 해도 결국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피부가 어떤 상태를 피부암이라고 하죠?

"모든 세포는 세포분열을 하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세포분열을 중단하고 죽습니다. 그런데 피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 중 한 종류의 세포가 세포분열을 적절한 시기에 중단하지 않고,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증식하는 것을 피부암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부암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흔한 피부암은 어떤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피부암은 기저세포암이고, 두 번째는 편평세포암, 흑색종이 세 번째입니다. 이 두 피부암은 주로 노인의 얼굴에서 발생합니다. 1999~2014 'Cancer registry(암 등록)'에 등록된 수는 기저세포암이 2만 2000명 정도, 편평세포암이 1만 2500명 정도, 흑색종이 6000명 정도입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평균 발생연령이 70세 정도이고 주로 얼굴과 두피에 발생합니다. 하지만, 흑색종은 평균 발생연령이 60세이고 주로 다리와 팔, 특히 발과 손에 발생합니다."

-초기 피부질환을 내버려 두었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겠죠? 초기 증세가 어떨 때 특히 조심해야 할까요?

"기저세포암은 초기에는 그냥 일반 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용 목적으로 점을 제거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점을 무작정 레이저로 제거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에게 보이고 의심스러운 경우 조직검사로 확인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편평세포암은 대개 광선각화증에서 시작하여 진행합니다. 광선각화증은 노인들의 햇빛 노출 부위, 대개 얼굴에 붉고 각질이 일어난 무증상의 반점으로 보입니다. 그냥 습진으로 알고 연고만 바르다가 피부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역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보고 필요하면 조직검사를 통해 제대로 진단을 받고 암으로 진행하기 이전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흑색종도 초기에 검은 반점으로 보이는데, 역시 조금 크고 모양이나 색이 이상하면, 특히 손과 발의 점은 피부과 전문의에게 보이고 필요하면 조직검사를 해서 조기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를 하는 빈도가 아주 낮아 조금 늦게 진단이 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흑색종은 조기진단을 하지 못하면, 전이해서 사망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뭔가 잘못 먹었을 때 피부 문제가 생기기도 하던데 이런 증상도 잘못하면 피부암으로 발전하는지, 어떤 경우에 그런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음식을 먹고 피부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드물게 보는 경우인데, 비소중독이 있습니다. 일부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한약에 비소가 들어가서 장복한 경우, 천연비소가 많은 지역의 지하수를 오래 마신 경우, 직업적으로 중금속 관련 일을 하거나 농약, 페인트 등에서 오랫동안 모르고 비소에 중독될 수가 있습니다. 만성 비소중독이 있으면, 전신에 수많은 피부암이 발생합니다."

-피부암으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약물이나 주사치료로 회복될 수 있나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전이하는 빈도가 낮아 수술로 제거하면, 거의 완치됩니다. 하지만, 흑색종은 시간이 지나면 임파선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크게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조기 진단을 해서 초기에 수술하면 생존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어느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면 수술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시죠?

"기본적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피부암으로 진단되면, 시기와 상관없이 수술해야 합니다. 너무 진행해서 수술을 못 하거나 수술로 얻는 이익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수술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하네요.

"타 장기와 달리 피부는 겉에 노출되어 있기에 피부암의 종류와 악성도에 따라 적절한 여유를 두고 절제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술 부위가 얼굴이라면 미용을 고려해 '모즈 미세도식 수술 (Mohs Micrographic Surgery)' 방법을 취하는데, 이는 최소한으로 암 병변을 제거하고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입니다. 수술하면서 떼어낸 암 조직을 위치별로 분류하고, 각각을 현미경으로 보아 암 조직이 없으면 그 부위는 절제하지 않고, 암 조직이 보이는 곳만 암 조직이 안 보일 때까지 절제하는 방법입니다. 수술하고 현미경으로 보고, 수술하고 또 현미경으로 보고를 반복하는 것이죠. 흑색종은 주로 임파선을 통해 전이가 이루어져 미리 암과 가까운 임파선을 찾고 수술 시 동시에 제거하기도 합니다."

-재발하는 사례도 많은지, 치료 후 관리 방법도 알려주세요.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거의 재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술하고 다시 환자를 주기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수년 이상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흑색종은 단계가 높을수록 재발 우려가 커,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주기적으로 수술한 병변을 포함해 재발하는지 전신의 피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즉 조금이라도 이상한 반점이 생기는지 환자, 의사 모두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평소 피부암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햇볕 차단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햇볕 노출을 피하고, 햇볕 아래로 나간다면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나가세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올바른 방법은 외출 20~30분 전에 바르고 나가야 하고 오래 나가게 되면, 2시간 간격으로 다시 발라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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