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시립마산문학관서
임채수 시인, 연필·콘테 작업
"표정 그리다 보면 숨결 느껴"

▲ 창원을 대표하는 작고 문인 26명 얼굴을 그린 임채수 시인. /창원시
▲ 창원을 대표하는 작고 문인 26명 얼굴을 그린 임채수 시인. /창원시

창원을 대표하는 작고 문인 26명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은 오는 28일까지 '문향 창원을 빛낸 문학인의 얼굴'전을 연다.

◇후배 시인이 그린 선배 = 초상화를 그린 사람은 화가가 아닌 문인이다. 마산 출신 임채수(66) 시인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다. 그는 2018년 시집 <마산항 스케치>에 부록으로 마산항을 그린 그림을 싣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마산문학관 조재영 학예사가 임 시인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조 학예사가 준 작고 문인의 대표 사진을 보고 임 시인이 연필과 콘테(목탄의 원료를 가루 내어 안료분과 점토를 섞어 물로 반죽해 다져 구운 것)로 초상화를 그렸다. 그는 2개월 가량 마산문학관과 작업실을 오가며 작품을 완성했다.

임 시인은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 "작고 문인의 미소짓는 표정, 우수에 찬 표정을 그리다 보니 그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대화하고 숨결을 느끼고 어떨 땐 떨리기도 하고…. 작고 문인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임 시인은 개인적으로 권환 시인의 경우 사진이 몇 장 없어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 창원시립마산문학관에 전시된 초상화. /김민지 기자·
▲ 창원시립마산문학관에 전시된 초상화. /김민지 기자·
▲ 천상병 시인 초상화와 육필원고. /김민지 기자
▲ 천상병 시인 초상화와 육필원고. /김민지 기자

◇초상화로 재탄생한 문인 = 마산문학관 운영위원회와 마·창·진 문인협회 회장, 원로 문인이 작고 문인을 선정했다.

권도현, 권환, 김달진, 김세익, 김수돈, 김용호, 김춘수, 김태홍, 박재호, 방창갑, 서인숙, 신상철, 이극로, 이석, 이선관, 이원수, 이은상, 이일래, 정규화, 정재관, 정진업, 천상병, 최명학, 추창영, 하연승, 황선하 등 26명이다. 대다수 작가들이 문학비가 건립되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시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마산문학관 2층 기획전시실에는 초상화, 대표 저서가 전시됐다.

근·현대 경남 문인을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꼽히는 사람이 이은상(1903~1982)과 권환(1903~1954) 시인이다. 이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같은 해 태어났다. 이은상은 고향 마산만을 그리며 쓴 시 '가고파', '동무생각', '봄처녀' 등을 쓴 시조시인이다. 권환은 일제강점기 좌익 문학단체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대표 주자다.

김달진(1907~1989) 시인과 이원수(1911~1981) 아동문학가의 경우 현재 그의 업적을 기리는 문학관이 건립되어 있다. '삶의 진실'을 추구했던 김달진은 창원시 진해구 출신으로 <문예공론>에 시 '잡영수곡'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양산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성장한 이원수는 잡지 <어린이>에 동시 '고향의 봄'을 투고해 당선됐다.

조 학예사는 "임 시인이 기증한 초상화 원본은 마산문학관에서 보관할 계획이다"라며 "김달진, 이원수 초상화는 전시가 끝나면 해당 문학관에 기증하고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이 문학적 목적으로 초상화 이미지를 요청하면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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